경북 봉화군에서 매몰사고를 당한 광부들이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고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삶에 대한 의지’와 이에 따른 ‘계획성 있는 행동 요령’이 있었다.
지하 190m에 갇혀있던 작업 조장 박 씨(62)와 보조작업자 박 씨(56)는 ‘생존 정석’을 지켜 고립 221시간만인 4일 살아 돌아왔다.
강민주 경일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고립 후 생환한 사람의 공통점으로 발견된 것이 ‘삶에 대한 건강한 의지’였다는 뉴스의 내용이 기억난다. 건강이나 기질도 변수가 되겠으나, 생환의 가장 큰 이유는 힘겨운 순간에도 살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호 경북대학교 칠곡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에어버블과 같이 호흡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물 등의 생존에 필요한 먹을 것을 찾아서 희망을 품고 기다려야 한다”며 “그리고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작업자들은 고립 후 탈출할 다른 갱도가 있는지 수일간 계속 헤매고 다녔으며 조장 박 씨는 발파 소리를 들은 뒤 “어딘가 뚫리겠구나,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적절한 공간을 찾아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하며 버텼다. 또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 작업 시 들고 들어갔던 커피믹스를 식사 대용으로 조금씩 계획적으로 나눠 마시며 열흘을 견뎠다.
이는 땅 속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이들의 공통점이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구리 광산 지하 700m에 갇혔던 33명의 광부들도 서로를 격려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갱도 물과 소량의 비상식량을 조금씩 나눠 먹으면서 69일을 버텨 구조됐다.
봉화 매몰 사고 생존자 2명은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방종효 안동병원 신장내과장은 “두 분이 작업 시 들고 들어갔던 커피믹스를 식사 대용으로 3일에 걸쳐서 드신 게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 거 같다”며 “초기 저체온증 증세와 근육통을 호소했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두 분 모두 현재 상당히 안정을 찾았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