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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애도 마지막날…여야, 참사 원인·국정조사 공방

입력 | 2022-11-05 21:15:00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국정조사 실시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여야는 애도 기간이 끝난 6일부터 본격적으로 상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날 대통령실 이전으로 경찰 병력이 부족해 참사가 일어났다고 공세를 펼치는 한편, 경찰의 셀프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은 경찰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한남동 관저에 대규모 경찰 인력이 배치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세에 나섰다.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경찰이 대통령을 지키느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는다”며 “대통령 부부가 차일피일 입주를 미뤄 ‘빈집’인 곳을 지키기 위해 200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안 부대변인은 “더욱이 참사 당일 용산 대통령실은 물론이고 대통령 부부의 서초동 자택에도 경찰 기동대가 배치됐다”며 “빈집인 한남동 관저부터 서초동 자택, 대통령실까지, 대통령 부부를 지키느라 경찰이 꼼짝도 못 하는 동안 압사 위험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는 빗발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왜 참사를 막지 못했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 전원을 처벌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하라. 뒤늦은 사과나 은폐, 축소에 속을 국민은 없다”며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 성역 없는 국정조사로 참사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정부여당에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공세에 가담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서울 남영역 인근에서 진행된 정당연설회에서 “경찰이 수사를 한다. 국민들이 제대로 된 수사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일에 대한 수사 대상은 이 일을 책임져야 할 정부 수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핼러윈 데이에 대한 위험이 예고됐고, 당일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 위험을 경고하고, 구해달라고 국가에 요청했다”며 “그 시민들의 요구에 귀 닫고, 손발을 묶고, 도대체 신고가 들어간 지 두 시간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행방조차 묘연했던 그 행정부의 수장들에게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국민 앞에 사과는 고사하고 핑계 대기 바쁜 정부에 무엇을 믿고 진상규명을 맡길 수 있겠나”라며 “국민의힘이 난데없는 수사권 운운하며 국정조사를 정쟁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은 진상규명 가로막고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마저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가 애도 기간에 ‘정쟁 휴전’을 선언했던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다음 주 중 국회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를 통한 원인 규명을 강조하며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여야 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거듭된 의혹 제기와 국정조사 요구에 “지금 국회는 하고 싶은 것을 할 때가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할 때”라고 반박하며 경찰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타깝게도 사고 위험이 인지된 상황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과 신속하고 체계적인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사고 장소 인근에 여유 경찰 기동대가 있었는데도 왜 투입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재배치할 경찰 병력이 부족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지나친 정치적 공세가 아닐 수 없다”며 “전혀 관련 없는 사진까지 들이대며 원인을 대통령실 이전으로 몰아가는 정치적 공세에 사고로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참담하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야권의 공세를 적극 방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야당을 겨냥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못된 ‘적폐 DNA’를 이제는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특히 문재인 정부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2014년 세월호 사고를 악용했다고 주장하며 “괴담, 음모, 억지 논리를 반복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태원 참사 추모 집회를 주최한 진보 단체들이 그간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하며 “사고를 겪자마자 타인의 비극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악용하기 위해 현수막을 바꿔 단 채 감히 ‘추모’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있다”고 강공했다.

이와 달리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 온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위로라는 말조차 차마 꺼내기 힘든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며 추모곡으로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첼로 곡 ‘재클린의 눈물’(Jacqueline‘s Tears)을 공유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가 애도 기간 선포 후 3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서울 서초구 백석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위로 말씀에서 “꽃다운 청년들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