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뉴스1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채권시장으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 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개인은 지난 4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총 17조963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연도별 개인 채권 순매수 금액을 보면 대체로 3조~4조원대를 나타냈다.
2017년 3조9565억원이던 순매수 규모는 △2018년 4조3180억원 △2019년 3조7523억원 △2020년 3조8000억원 △2021년 4조5675억원 등으로 일정한 수준을 보였다.
올해는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 금리도 덩달아 오르자 시장에 개인투자자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개인은 회사채를 6조8290억원을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김성현 KB증권 채권상품부 이사는 “고액자산가가 아닌 개인도 국채 20년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2~3년 안에 국채 금리가 2~3%로 복귀하면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말했다.
국채 20년물 최종호가수익률은 지난해 말 2.328%였지만 지난 4일 4.135%로 1.807%p(포인트) 오른 상태다.
기타금융채는 지난해(4839억원)와 비교해 순매수 규모가 9.9배로 증가했고, 회사채는 2.9배(지난해 2조3189억원)로 늘었다.
KB캐피탈은 1년, 1년1개월, 2년6개월, 3년, 5년 만기 채권을 각각 표면금리 6.382%, 6.391%, 7.124%, 7.124%, 7.155%에 지난 4일 발행했다.
KB캐피탈은 올해 초만 해도 2%대에서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회사채 금리도 무보증 3년 AA- 등급 기준으로 지난해 말 2.415%에서 현재 5.591%로 올라섰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 등 다른 투자 상품이 불안해진 와중에 신용도가 좋은 채권은 만기 시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개인을 중심으로 채권 투자가 확대됐다”며 “당분간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은 만기 시 원금 회수가 가능해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에 속한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금리가 크게 올라 이자 부담이 늘어난 만큼 높아진 수익률만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최근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점도 감안해야 하는 요소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곳 중에서 LG유플러스(AA) 한온시스템(AA-) 한화솔루션(AA-) 통영에코파워(A+) 등은 미매각 발생이 발생했다. 통영에코파워는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한 건도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채권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가 발휘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도하게 높은 신용가산금리에 따른 조달금리 부담은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을 남길 수 있다”며 “가산금리 안정 여부도 면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부터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재무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회사채 발행 기업의 현재 재무상태를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