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5일(현지시간) 오후 1시경 펜실베이니아주의 주도(州都) 필라델피아. 중간선거를 사흘 앞둔 이날 필라델피아 시내 한복판에 있는 템플대학에는 1㎞를 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합동 유세를 보기 위해 펜실베이니아는 물론 뉴저지, 델러웨어 등 인근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총 출동한 것. 한 때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민주당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연단에 서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처음이다.
오전 7시부터 줄을 섰다는 바네사 씨(51)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유세에 나서는 것을 다시 볼 수 있어 무척 흥분된다”며 “오늘이 중간선거의 터닝포인트(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
하지만 유세장을 찾은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패티 씨(62)는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인 물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썩 잘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다시 대통령이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 ‘바이든 구하기’ 나선 오바마
오후 5시경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함께 손을 흔들며 유세장에 나타나자 관객석을 가득 메운 8000명에 가까운 민주당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치구호인 ‘분발해, 준비됐어(fired up, ready to go)’ 등을 외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환호 소리가 너무 커 라트롭에까지 들릴 것 같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펜실베니아의 또 다른 주요도시 피츠버그 남동쪽 라트롭 공항에서 연설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대학 학자금 탕감, 반도체과학법 등 자신의 성과를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마바 전 대통령을 가리키며 “역사적인 대통령이다. 내가 그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미국인의 힘이 투표하는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그 투표를 기억하라”고 했다.
이날 유세의 대미를 장식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과 식료품 가격이 오른 지금 민주주의가 여러분의 최우선 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한 국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왔다”고 했다. 공화당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지지자들이 야유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야유(boo)하지 말고 투표(vote)하라”고 말해 야유를 환호로 바꿨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합동 유세에 나선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시도”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고의 연설가로 꼽히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유세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 “중간선거서 거대한 ‘레드 웨이브’ 일 것”
민주당 전현직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펜실베니아 서쪽 끝 라트롭에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슬로건이 적힌 팻말을 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을 환호했다.
세 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중간선거 마지막 주말을 맞아 펜실베니아에서 유세에 나선 것은 펜실베니아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경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펜실베이니아 판세가 중간선거는 물론 2024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6, 2020년 대선에서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실베이니아는 올해(중간선거)는 물론 이후(대선)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라델피아=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