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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점검’했다던 용산구청장, 단순 귀갓길에 지나갔나…의혹 확산

입력 | 2022-11-06 17:08:00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2022.10.31 사진공동취재단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저녁 ‘이태원 거리를 점검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단순히 귀갓길에 지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용산구청은 박 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8시 20분과 오후 9시 경 퀴논길 일대를 둘러봤다고 밝혔다. 퀴논길은 해밀톤호텔 맞은 편 이태원로 남측 골목으로 참사 현장에서는 직선거리로 100m 가량 떨어져 있다.

그러나 5일 공개된 박 구청장 자택 앞 건물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당일 오후 8시 22분경 박 구청장이 퀴논길에서 약 70m 떨어진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당일 고향인 경남 의령군 축제 현장을 찾았던 박 구청장이 서울로 돌아온 뒤 자택에 도보로 귀가한 것을 ‘점검했다’며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박 구청장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후 9시 반경 퀴논길을 둘러본 이후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몰려 걱정된다. 신경 쓰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 장관은 용산이 지역구인 현역 의원이고 박 구청장은 권 장관의 측근이다. 당시 이태원 일대에선 ‘압사 우려’ 등이 담긴 112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었지만 박 구청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이태원 일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용산구청 CCTV관제센터는 행정안전부 상황실에 사고 위험 보고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CTV관제센터 운영 규정에 따르면 관제 요원은 비상상황 발생 시 행안부 상황실 등에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