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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3시 접근안돼 해고 인지”…하룻밤새 3700명 해고 트위터 ‘혼란의 일주일’

입력 | 2022-11-06 17:18:00

뉴시스


“새벽 3시, 노트북 접근이 막힌 것을 보고 깨달았다. 내가 해고됐다는 것을.”

“네 살 아들에게 아빠가 실업자가 됐다고 얘기했다.”

5일(현지 시간) 트위터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이후 해고당한 트위터 직원들의 경험담이 ‘원팀(OneTeam)’, ‘트위터해고(TwitterLayoff)’라는 해시태크로 쏟아졌다.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하룻밤 사이 트위터 직원의 절반인 3700여명이 하룻밤 새 해고되며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하룻밤 새 대량 해고 사태는 머스크의 지난달 27일 트위터 인수 이후 일주일여 동안 트위터가 겪은 혼란의 대표 사례”라고 보도했다.

● 전례 없는 대량 해고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하룻밤 사이 3700명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고 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회사가 금요일인 4일 아침 공식 해고 통보 이메일을 보내기 전 새벽에 이미 사내망에 접근할 수 없도록 통제 조치를 내려 직원들이 해고 사실을 미리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을 트위터 직원이라고 밝힌 크리스 유니 씨는 트위터에 “이메일이 막히고 맥 컴퓨터는 켜지지 않는다”며 “새벽 3시에 이런 사실을 알다니 퍽이나 감사한 일”이라고 회사 측의 조치를 비꼬았다.

대량 해고 와중에 살아남은 이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자신의 이름을 엘리라고 밝힌 직원은 “나는 살아남았다”면서도 “밤새 열심히 일하고 재능 있고 배려심 깊은 동료들이 하나씩 ‘로그아웃’ 되는 것을 지켜봤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부 트위터 직원들은 사전 통보 없는 해고는 미국 연방법과 캘리포니아주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각국 노동법에 따라 해외 트위터에서도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63조 원)에 인수한 지 일주일여 만에 대량 해고에 나선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다. 머스크는 대량 해고 사태 후 트위터에 “트위터 인력 감원은 불행히도 회사가 하루에 4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머스크 스스로도 막대한 인수비용을 대느라 약 127억 달러 빚을 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이자 비용만 연간 10억 달러가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유엔-바이든까지 경고…광고주 외면

머스크가 대량 해고 속에 특히 트위터의 윤리 담당 부서원들을 모두 해고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트위터의 행보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트위터가 기존에 추구해온 ‘정치적 올바름’에서 벗어나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겠다는 머스크의 전략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카고 지원 유세 중 기자들에게 “머스크가 세계에 거짓말을 내보내고 뿜어내는 수단을 샀다. 미국에는 편집자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엔마저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5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서 머스크를 향해 “출발이 좋지 않다. 트위터는 인권이 경영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광고주들도 대량 해고로 트위터 내 폭력, 혐오 발언 수위 조절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아우디, 화이자 등이 트위터의 변화 방향이 완전히 파악될 때까지 트위터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