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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10분거리를 車 1시간 허비 용산서장, ‘뒷짐’도 논란

입력 | 2022-11-06 19:18:00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9분경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왼쪽)이 참사 현장 인근 이태원앤틱가구거리에서 뒷짐을 진 채 수행 경찰관과 함께 이태원파출소 방향으로 걷고 있다. 참사 발생 44분 후로 350m가량 떨어진 참사 현장은 아수라장인 상황이었다. 연합뉴스TV 제공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 달 29일 이임재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차량 이용’을 고집하다 도보 10분 거리를 이동하는 데 약 한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40분이 지나 사고현장 인근에 도착한 후 뒷짐을 진 채 파출소로 향하는 모습도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에 나갔다가 사고 발생 50여 분 전인 오후 9시 22~24분경 용산서 인근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에서 용산서 상황실로부터 인파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그는 식사를 마치고 오후 9시 46~47분 경 관용차에 탑승해 출동했다.

이 전 서장은 10여분 만인 오후 9시 57분경 참사 현장에서 약 700m 떨어진 녹사평역에 도착했는데 당시 도로 정체가 극심한 상황이었다. 차에서 내려 걸었다면 이태원 파출소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었지만 이 전 서장은 대신 우회로를 찾는 데 시간을 보냈다.

차량에 탄 채 우회로를 찾으며 1시간 가량을 보낸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 55분 이후에야 참사 현장에서 350m가량 떨어진 이태원앤틱가구거리 삼거리 부근에서 하차한 뒤 이태원파출소로 걸어갔다. CCTV에는 이날 오후 10시 59분경 뒷짐을 쥔 채 수행하는 경찰과 함께 이태원앤틱가구거리를 걷는 이 전 서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참사 발생 44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현장은 ‘살려 달라’는 부상자와 심폐소생술을 하는 시민, 진입하려는 구조대 등으로 아비규환인 상황이었다.

이 서장은 이날 오후 11시 5분경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이후 3층 옥상으로 올라가 현장을 보며 사고 대응 지시를 내렸다.

이와 관련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 전 서장이 당일 행적을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참사 당일 상황이 담긴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5분 뒤인 오후 10시 20분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고 적혀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걸 숨기려고 거짓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힘을 얻고 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