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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배터리 리튬, 칠레서 구매”… 美IRA 규제 피할 공급망 확보

입력 | 2022-11-07 03:00:00

車 120만대분 리튬 장기 계약
칠레, 美와 FTA… IRA 조건 충족
LG엔솔, 캐나다서 원자재 확보
삼성SDI, 역내외 소재 확보 총력



진교원 SK온 최고운영책임자(오른쪽)와 카를로스 디아스 SQM 리튬 총괄사장이 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수산화리튬 구매계약을 맺고 있다. SK온 제공


8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 이후 국내 배터리 업계가 IRA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앞다퉈 원자재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개별 원자재 기업들과 장기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성과도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 공급망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온은 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칠레 SQM과 리튬 장기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SQM은 리튬 생산량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SK온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SQM으로부터 고품질 수산화리튬 총 5만7000t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약 120만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칠레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여서 내년부터 배터리 원자재 부분에 적용되는 IRA 규제 조건을 충족한다. IRA는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조건으로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배터리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광물에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등이 포함돼 있다. IRA가 규제하는 사용 비율은 2023년 40%에서 2027년 80%까지 점차 높아질 예정이다.

이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과 FTA를 맺은 칠레, 호주, 캐나다 등 국가들에서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SK온은 앞서 지난달에도 호주 레이크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하기로 하고, 2024년 4분기(10∼12월)부터 10년에 걸쳐 리튬 23만 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캐나다를 중심으로 원자재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 캐나다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레이크 등 3개 기업과 황산코발트, 수산화리튬 확보를 위한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삼성SDI도 “아직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역내외에서 핵심 소재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합작해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 CAM7을 준공하는 등 공급망 내재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 업계의 원자재 확보 노력들은 대부분 2025년 전후에야 실효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IRA 적용을 최소 2, 3년간 유예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지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이달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재무부에 IRA 규제 관련 미국 내 투자가 예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3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단순히 미국과의 FTA 체결국에서 원자재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 중국에 집중돼 있는 주요 원자재 제련 능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점도 배터리 업계의 중장기 과제다. 이번 SQM과 같이 자체 제련 능력을 갖춘 기업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주요 리튬·니켈 채굴 기업들은 제련 과정을 중국 업체들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최종 생산 단계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최근까지 리튬이나 코발트, 희토류 등 대부분의 주요 원자재 제련은 중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 IRA로 ‘광물 전쟁’을 촉발한 만큼 이제 최종 공급망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