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서초구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연달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 4일 희생자 위령 법회에서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한 데 이어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에도 위로 예배에 참석해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제는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했다. 사흘 내내 종교계 추모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앞서 이태원 합동 분향소도 나흘 연속으로 찾아 조문했다.
정권 출범 6개월이 다 돼가는 동안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은 사과나 유감의 뜻을 밝히는 것은 꺼려 왔다. 8월 수도권 폭우 피해 때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던 게 거의 유일하다. 이번에도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사과의 뜻’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었다.
그러다 종교계 행사 인사말 형식을 빌려 사과의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참사 엿새 만이다. 경찰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쏟아졌다는 112 녹취록이 공개되고 당국 대응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토로한 셈이다.
책임 규명과 문책에 있어서 한 치의 허술함도, 인정에 이끌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위험 시그널이 있었는데도 예방 조치를 소홀히 했거나 참사가 벌어진 뒤 책임 모면에만 급급했던 지휘부의 문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경찰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행정안전부 장관, 보고조차 제때 받지 못한 경찰청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철수 의원 등 여당 내에서도 이들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 ‘대통령의 시간’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어떻게 참사를 수습하고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지 지켜볼 것이다. “죄송” “미안” 등 사과에 상응하는 과감한 조치가 뒤따라야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