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올 8월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원전산업에 기회다. 특히 IRA는 원자력발전을 탄소중립 이행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IRA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2년까지 기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MWh(메가와트시)당 최대 15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규 원전을 건설할 때는 설비투자액의 30%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지으면 추가로 10%가 공제된다. IRA를 통해 원전 이용의 지속 및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 IRA는 원자력 이용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IRA는 청정수소 생산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준다. 그런데 청정수소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특정하지 않았다. 단지 수소 1kg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세액공제 수준을 차등 적용하는 기준만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이 수소 생산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RA는 미국 내 원전 공급망 복원도 꾀하고 있다. IRA에는 고순도·저농축 우라늄(HALEU)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7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HALEU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형 원자로 핵연료에 사용될 물질로, 신형 원자로 보급을 위해 꼭 필요하다. 미국이 신형 원자로 개발 및 상용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자국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 변환 및 농축 서비스의 20%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핵연료 공급 자립 기반을 갖춰 나가야 한다. 미국의 HALEU 공급망 구축 완성은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라늄을 100% 수입하는 한국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기존 원전뿐만 아니라 신형 원자로 가동과 수출을 위해서라도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미국의 HALEU 공급망 구축에 공동 참여하거나 해수 우라늄 추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우라늄 자급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