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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3승 73세 노장 베이커, 월드시리즈 정상 ‘화룡점정’

입력 | 2022-11-07 03:00:00

2002년 SF-작년 휴스턴서 준우승
올해 마침내 휴스턴 우승 이끌고 최고령 챔피언 사령탑 기록까지
유격수 페냐, 신인 야수 첫 MVP




휴스턴의 조니 ‘더스티’ 베이커 감독(73·사진)이 ‘버킷 리스트’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줄을 지웠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휴스턴은 6일 안방구장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 6차전에서 내셔널리그 우승팀 필라델피아를 4-1로 물리쳤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한 휴스턴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자 창단 이후 두 번째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다.

휴스턴 선수단이 6일 안방구장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비난받았던 휴스턴은 지난해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는데 애틀랜타에 2승 4패로 졌다. 그러면서 ‘사인 훔치기 없이는 우승 못 하는 구단’이란 조롱을 받았지만 올해 결국 정상을 밟으면서 ‘내 사전에 사인 훔치기는 없다’던 더스티 베이커 감독도 생애 첫 월드시리즈 승장 타이틀을 얻었다. 휴스턴=AP 뉴시스

그러면서 베이커 감독도 199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MLB 팀 지휘봉을 잡은 뒤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승장 타이틀을 얻었다. 베이커 감독은 정규시즌에서 2093승 1790패(승률 0.539)를 거뒀지만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던 상태였다. 월드시리즈 무관(無冠) 감독 가운데 정규시즌 최다승 주인공이었던 베이커 감독은 이날 승리로 월드시리즈 최고령 우승 감독 타이틀까지 얻었다.

2002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해에는 휴스턴에서 월드시리즈 패배를 경험했던 베이커 감독은 “때가 맞으면 우승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미 우승해 봤다면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우승하지 못했던 덕에 인내심이 결국 우리 인생에서 어떤 힘을 갖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커 감독은 MLB 감독 가운데 보기 드문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68년 애틀랜타에서 MLB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78, 242홈런, 1013타점, 137도루를 남겼고 LA 다저스에서 뛰던 1981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차지했다. 허슬 플레이 때문에 항상 먼지를 뒤집어써 얻은 별명이 바로 ‘먼지투성이’라는 의미의 ‘더스티(dusty)’였다. 선수 시절 서로 손바닥을 때리는 인사법 ‘하이파이브’를 만들어 유행시키기도 했다.

1974년 헨리 ‘행크’ 에런(1934∼2021)이 당시 MLB 최다 기록인 개인 통산 715번째 홈런을 날릴 때 대기 타석에 있었던 베이커 감독은 우승 후 “내게 처음 야구를 알려주신 아버지와 신인 시절 아버지처럼 나를 대해줬던 에런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휴스턴 선수단에는 베이커 감독이 아버지 같은 선장이었다. MLB 사무국은 2020년 스토브리그 기간 “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2017년 전자기기를 활용해 상대팀 사인을 훔쳤다”고 발표했다. 휴스턴이 비난 여론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가 바로 MLB 대표 ‘덕장’ 베이커 감독 선임이었다. MLB.com은 베이커 감독을 “모든 야구인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2013년 신시내티에서 뛸 때 서로 인연을 맺은 ‘추추 트레인’ 추신수(40·SSG)도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베이커 감독을 꼽는다.

이번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는 시리즈 6경기에서 타율 0.400(25타수 10안타)을 기록한 휴스턴의 신인 유격수 제러미 페냐(25)가 뽑혔다. 신인 야수가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된 건 페냐가 처음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