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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억 들인 최대 해외사찰, 뉴욕 원각사 내년 낙성법회”

입력 | 2022-11-07 03:00:00

‘도심-해외포교 대명사’ 불교계 원로 정우 스님
19년 공들인 佛事 마무리 단계… 템플스테이-종각 조성도 추진
“사찰은 지역 발전 기여해야… 후학 위한 자양분 되도록 노력”



서울 서초구 구룡사 누각의 대북 앞에 선 정우 스님. 1985년 이곳에 터전을 잡아 도심 포교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동아일보DB


“경남 양산의 통도사 극락암에 계시는 경봉 노스님(1892∼1982)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예요. ‘정수리 정(頂), 집 우(宇) 자 쓰는 정우입니다’ 그랬더니, ‘야, 부처님 머리 위에 집을 지어’ 이러면서 껄껄 웃으시더군요.”

50년 이상 흘렀지만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정우 스님(70·서울 서초구 구룡사 회주)이 전하는 일화다. 통도사 주지와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을 역임했고, 총무원 총무부장을 두 차례 지낸 그는 불교계에서 도심과 해외포교의 대명사로 꼽힌다.

1980년대 구룡사를 건립해 통도사 서울포교당으로 등록하고 경기 고양시 일산 여래사 등 30여 년간 건립한 포교당만 20곳에 이른다. 인도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10여 곳에 포교당을 건립했고, 2004년부터 뉴욕 원각사 건립 불사를 시작해 조만간 개원을 앞두고 있다. 구룡사에서 4일 스님을 만났다.

―법명에 얽힌 일화가 흥미롭다.

“세상에 우연의 일치는 없다. 은사(홍법 스님·1978년 입적)가 지어준 법명, 또 여러 스승들이 제게서 발견해 주신 그 길대로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뉴욕 원각사는 불사(佛事)에 20년 가까이 걸렸다.

“인연을 맺은 것은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10년 정도다. 처음 가서 보니 30여 만 평(약 105만7850m²)인데 정글 상태였고, 귀신 나오겠더라.”

뉴욕 원각사는 건립비용만 1200만 달러(약 170억 원)에 달해 한국 불교사상 해외 조성 사찰로는 최대 규모다. 뉴욕주 오렌지카운티 솔즈베리밀스에 미 동부 최대의 사찰로 조성하고 있다. 2007년 입적한 법안 스님이 1986년 이 부지에 세계불교대학을 세우겠다는 뜻을 품었으나 과로로 쓰러진 뒤 2004년 정우 스님과 원각사의 인연이 이어졌다.

―종단 차원의 지원도 없었는데 힘들지 않았나.

“당시 휠체어를 타고 구룡사와 여래사를 둘러본 법안 스님과 동국대 이사장이던 녹원 스님(2017년 입적)이 ‘(불사에) 정우가 마음을 내면 좋겠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법안 스님의 마음이 느껴졌고,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

―이제 불사는 마무리 단계인가.

“2023년 10월 종단 어른들을 모시고 낙성 법회를 할 계획이다. 그 뒤 템플스테이를 위한 공간과 종각 조성 등 2차 불사에 들어간다.”

―구룡사 옆에 전법회관도 조성 중이다. 어려운 불사에 원칙이 있는가.

“세 가지인데 우선 승가공동체인 조계종의 종지(宗旨)를 따라야 한다. 불사의 시작부터 결과물까지 사유화가 아니라 공유화되어야 한다. 사찰이 어디에 있든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불교계에서도 사유화 논란이 적지 않다.

“종정을 지낸 월하 노스님(2003년 입적)은 공부 때문에 서울에 있던 손자 상좌, 저를 보기 위해 두 번이나 다녀가셨다. 벽안 노스님(1988년 입적)은 ‘공부에 매진하고 젊은 세대가 구습을 타파해 우리 불교를 부흥시키라’는 당부의 편지를 주시기도 했다. 제가 70대에 들어섰지만 어른들의 보살핌과 그늘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우리도 후학에 대한 책무가 있는데 제대로 된 자양분을 주고 있는지 부끄러울 뿐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