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특수본 ‘정보과장 삭제 관여’ 수사…“직원에 함구령 등 회유 의혹도” 소방청 밝힌 119 첫 신고 3분전… “숨이 막혀서” 전화 새로 드러나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삭제된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보고서는 경찰의 사전 대응이 적절했는지 수사할 때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허위 보고에 이어 용산서 정보과장의 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경찰 중간 간부들이 사고 직후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용산서 정보과장 보고서 삭제 지시 정황”
6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특별감찰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참사 이후 삭제된 보고서는 용산서 소속 정보관이 작성한 것으로 핼러윈 축제 기간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복수의 용산서 관계자에 따르면 용산서 정보관들은 지난달 초부터 핼러윈 기간 이태원역 일대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3건 이상 작성했다고 한다.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정보과장 주도로 보고서가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용산서 정보계장도 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특수본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삭제와 관련해 ‘함구령’을 내리는 등 직원들을 회유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통상 직속상관인 정보계장과 정보과장 검토를 거친 뒤 경찰 내부망에 등록되는데, 검토 단계에서 묵살됐던 보고서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내부망에 등록된 보고서는 3일가량 뒤 자동 삭제되기 때문이다.
○ “사고 3분 전 119신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2분 이태원1동에서 이뤄진 신고는 ‘압사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신고자가 다급한 상황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전 신고들은 밀집도가 높아 위험하다거나 압사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아니었다”며 “최초 신고 시간은 오후 10시 15분이 맞다”고 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참사 당일 서울시와 용산구청에 각각 오후 10시 26분, 29분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출장 중이던 오세훈 시장은 오후 11시 20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오후 10시 51분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