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 재난의료지원팀(DMAT) 15팀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5개 팀 중 9개 팀이 사고 발생 3시간가량이 지난 30일 오전 1시 이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던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정부가 자랑하는 재난의료지원팀 시스템이 중요 재난 때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부, 의료계에 따르면 사고 당시 출동한 DMAT 15개 팀 중 서울대병원 2개팀만이 사고 발생(오후 10시 15분) 이후 한 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30분 현장에 도착했다. 나머지 13개 팀은 이미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자정 이후에 도착했다. 심지어 9개 팀은 다음날 오전 1시 이후에 도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에 도착한 경기의 한 대학병원 DMAT팀은 오전 1시 51분에 도착해 27분 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요원들이 사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늦은 출동은 늦은 출동요청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응급의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재난대응을 위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상황실은 이태원 참사 당일에는 오후 10시 38분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부터 사고 사실을 공유받고, 오후 11시 권역 내 DMAT팀에게 첫 출동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지역 DMAT팀에 대한 출동요청이 지체됐다. 15개 출동팀 중 자정 이전에 출동요청을 받은 팀이 4개 팀에 불과했다. 11개 팀은 자정이 넘어서야 출동요청을 받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다수 사망자 발생 사실에 대한 공유가 늦어지면서 출동 요청도 지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MAT팀의 현장 출동이 늦어지면서 사고 초기 환자 분류 및 응급처치는 소방청 중심으로 진행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의료 교과서에 사망자보다는 살릴 가능성이 큰 중환자부터 이송하라고 되어 있는데, 비의료인이 환자분류를 하면서 이번 사고 초기엔 사망자 이송에 응급의료 역량이 소모된 측면이 있다”며 “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누구였고, 누가 초기 환자분류를 했는지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