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해 안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5일 오후 병실에서 망막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착용한 채 휴식하고 있다. 7일 오전 현재 박씨는 안대를 빼고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는데 몸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하지만 자다가 침대에서 놀라 떨어지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박씨 가족 제공
광부 경력 27년인 박정하씨는 갓 입사한 보조작업자 박장건씨(56)와 함께 작업을 하던 중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갱도 붕괴로 고립됐다가 지난 4일 밤 11시3분 지하 갱도 295m 지점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현재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박정하씨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몸상태에 대해 “안대도 빼는 등 상태는 많이 호전이 돼 가고 있지만 트라우마가 조금 있다”며 “자는 도중에 소리도 지르고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깜짝 놀라는 동작들이 나온다)”고 했다.
구조 직전 희망을 놓았다고 알려진 부분에 대해 박씨는 “구조되기 직전 (헤드램프 배터리가 부족해서) 마지막으로 이 갱구, 저 갱구 헤드램프가 남아 있는지 다녀보자며 올라가는 도중에 헤드램프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그게 완전히 꺼졌다”며 “그때 내려와서 불을 붙여서 옷을 말리면서 처음으로 제가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진행자가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지”를 묻자 박정하씨는 “배고픔이다”며 “추위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운 자재 덕분에 피할 수 있었는데 먹는게 없었다”고 했다.
생존의 또다른 요소인 식수에 대해서도 “가지고 왔던 물이 떨어져 찾아다니다가 암벽 틈에서 뚝뚝 떨어지는 곳에 물통을 대고 물을 받았다”며 “배가 고프니까 먹을 것이 물 밖에 없어 그냥 끓이지 않은 물을 먹어봤는데 저는 괜찮았지만 옆에 있던 친구는 계속 토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그래도 어떻게 하는냐. 아침, 점심, 저녁 그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며 토해가면서 물을 마셨다고 했다.
진행자가 “사람들이 나를 포기해버리면, 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나는 생각은 안 들었는지”라고 하자 박씨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단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