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인 1600광년 떨어진 곳에 블랙홀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그러나 새로 발견된 블랙홀의 활동을 멈춘 상태여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새로 발견된 블랙홀은 태양보다 10배 이상의 크기로 자체 항성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만큼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다. 뱀주인자리에 속한 이 블랙홀 다음으로 지구에 가까운 블랙홀은 외뿔소자리에 있는 것으로 지구에서 3000광년 떨어져 있다.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은 은하계에서 파악돼 있는 20여개의 블랙홀과 달리 활동을 멈춘 상태다. 주변의 행성을 빨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은 질량이 너무 커서 빛조차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자연계에서 가장 신비하면서도 위험한 현상이다. 많은 것들을 흡수함에 따라 질량이 더 늘어나면 갈수록 더 빨아들이는 힘이 커져서 작은 별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백열광을 내면서 소멸한다.
블랙홀의 존재는 블랙홀에 포함된 이중 별 시스템에서 가스를 흡수하면서 방출하는 X선으로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활동을 멈춘 블랙홀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는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이번 블랙홀을 발견한 하바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카림 엘-바드리 박사는 유럽우주국의 가이아(GAIA) 우주선이 보내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찾아낼 수 있었다.
엘-바드리 박사 연구팀은 우리 태양과 똑같이 생긴 항성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이상하게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추가로 조사했다.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 제미니 노스 망원경으로 관찰해 흔들림의 속도와 간격을 측정함으로써 관련 물체들의 상대 질량을 계산해냈다. 이 방식은 외계의 행성을 추적할 때 사용하는 흔들림 분석방법이다.
계산 결과 태양 질량의 10배에 달하는 블랙홀 주변으로 우리 태양과 같은 항성이 돌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번 블랙홀을 가이아 BH1(Gaia BH1)으로 명명했다.
엘-바르디 박사는 “태양계 태양 자리에 블랙홀이 있고 지구 자리에 태양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로 판명되며 이번 발견은 활동을 멈춘 블랙홀 쌍이 다수 존재함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