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7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추진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은 수사 대상인 경찰의 셀프 조사로 진상을 밝힐 수 없다며 조속한 국정조사 도입을 주장한 반면 여당은 국정조사 수용 가능성은 열어두되 경찰 수사가 먼저라고 맞섰다. 또 국정조사 보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재논의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만나 50분 가량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도입,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논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당내 이견이 있어 다시 더 논의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저는) 지금은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게 이 문제를 수용하고 가시라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조사는 요구서를 제출하고 본회의에 보고하고 나면 가급적 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면서 “우리로서는 오늘, 내일 기다려보고 설득하겠지만 국민의힘이 계속 국정조사를 거부, 반대하면 다른 야당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상 의장도 이 절차를 부정할 수 없어 절차대로 할 수 밖에 없고 야당 의원들의 문제 의식이 담긴 국정조사 요구서는 채택될 수 밖에 없다”며 “국민의힘도 여당 답게 국정조사에 참여해 함께 진실을 규명하는데 같이 가야하지 않느냐”고 강행 가능성을 예고했다.
앞서 이날 회동에서 양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도입을 두고 온도차를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대형 인명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자고 했지만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며 “사건을 다루는데 무슨 문제가 있지 않나 돌아봐야 할 때”라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재논의를 꺼내들었다.
또 “책임있는 사람의 책임을 옹호하거나 두둔할 생각이 전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문제를 모두 드러내 엄격히 책임을 묻고 두 번 다시 책임을 방기하거나 직무유기에 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정조사는 필요성과 시기 등 상황을 봐가면서 상의하겠다”고 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진실을 물어야 할 시간”이라며 신속한 국정조사 추진을 주장하며 “그런 점에서 이미 수사 대상이 돼 있는 경찰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국회가 국민이 주신 책무를 다해 진실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만드는데 함께 힘을 모을 때”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수사 중이라서 혼선을 빚는다고 했는데 세월호 참사, 최순실 국정농단,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 등과 관련해 이미 검경 수사가 국정조사와 동시에 진행된 바 있다”며 “지금은 지체없이 성역없이 진상을 밝혀 국민의 울분을 해소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민생이고 국회 책무”라고 했다.
양당 원내대표의 이견에 김진표 의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로서도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빠르게 이번 사태의 진실을,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돼야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항목 중에서 민주당이 특별히 해야겠다는 것은 정책위원회에 빨리 상의를 하라고 했다”며 “민주당이 중점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예산 부분은 곧 아마 정책위 차원에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공통공약 이행 특별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에 찬성한다. 찬성하고 수석들끼리도 논의할 수 있었던 걸로 알아서 즉시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협력을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도 “남은 임기 안에 민생경제와 관련해서 보다 속도있게 과감하게 법안 처리에 함께 힘을 모을 때”라며 “국민의힘도 집권여당답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는 일, 민생예산 입법 을 챙기는 데 있어 보다 책임있는 모습으로 선도해달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