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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참전 日청년 “여성·아이 많이 살해당해 돕고 싶었다”

입력 | 2022-11-07 14:38:00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에서는 군인이 아닌 시민들이 자원해 싸우고 있고, 그 중 상당수 외국인 가운데 일본인도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원병 가운데 한 20대 일본인 남성이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전한 이유와 지원병이 바라본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7일 보도했다.

이 일본인 20대 남성은 우크라이나인과 외국인 혼성부대에 소속돼 있으며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주 이지움에서 약 3개월에 걸쳐 종군했다.

이지움에서의 주요 역할은 참호 안에서 수 킬로미터 앞에 있는 러시아 병사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일본인이 속한 이 부대는 유럽, 북미, 남미계 대원이 많았고, 자신은 최소한의 영어 단어와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감시는 다른 병사와 교대로 침낭에서 선잠을 자면서 24시간 동안 실시했다. 그 사이에 러시아군 보병이 쳐들어오면 소총으로 응사할 수도 있지만, 자신은 아직 발포한 적은 없다고 신문에 전했다.

초반에는 참호에서 이틀을 보낸 뒤 대기소에서 이틀 동안 훈련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빈집을 활용한 대기소에는 60~70명이 생활하고 있었지만 공간이 부족해 정원에서 침낭을 사용해 잠을 잤다고 한다.

샤워는 4일에 한 번, 부지 내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가 햇다. 대기소에 있는 동안에도 러시아군의 포격이 수시로 있어 부지 내에 여러 차례 포탄이 떨어지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20대 일본인 지원병은 “나는 예전에 건설 관련 일을 했다. 자위대 등에서의 훈련 경험은 없었고 우크라이나 국내에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며 “부모님과 친구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혼자서 일본을 떠나 제3국을 경유해 입국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험 부족과 외국어 능력을 이유로 처음에는 우크라이나군에 입대를 거부당했다”며 “그 후 인터넷에서 알게 된 다른 일본인 지원병의 협조를 얻어 군에 넣어 주었다. (우크라이나)중부와 북동부 거리에서 무기와 장비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이지움에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선 “침공이 시작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에도 러시아에도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보도를 보는 동안 마음이 아파서 봄에 일을 그만두고 출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부터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행동하는 타입이었다. 여성과 아이들이 많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돕고 싶었다. 한마디로 남자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다”라며 “독신이고 애인이나 아이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 다시는 못 돌아가도 될 것 같아서 우크라이나에 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있지만 얼마나 노력하든 결국은 (포탄이나 총알에) 맞느냐 안 맞느냐의 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계속 싸울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이 9월 초 이지움을 탈환하면서 일본인 지원병이 속한 부대도 다른 전장으로 향했지만 현재 주둔하고 있는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군이 침공을 시작한 사흘 후인 같은 달 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위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러시아의 전쟁 범죄자에 대해 함께 싸울 수 있다”고 말해 외국으로부터도 지원병을 모집할 방침을 표명했다. 드미트로 클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3월 초 52개국에서 2만명 이상이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방문하는 것은 목적을 불문하고 삼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당초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일본에서도 지원병을 모집했으나 이후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철회했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에 따르면 지난 3월1일 기준 70여명이 지원했으며 이 중 50여명이 자위대원이었다고 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8월 초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외국인 용병’이 총 2192명으로, 그 중 일본인은 9명이라고 독자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일본 국내법에 따르면 지원병으로서의 도항은 사전예비죄(私?予備罪)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SNS상에는 일본인 지원병을 자처하는 계정이 잇따르고 일부는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