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감식이 시작된 7일 오후 경찰과 산자부 광산안전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1수갱 아래 집적장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2022.11.7/뉴스1
경북경찰청 아연광산 매몰 사고 전담수사팀과 과학수사대,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7일 오후 봉화군 소천면 서천리 사고 현장을 찾아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수사팀과 과학수사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 광산 운영 업체 관계자 등 6명은 현장감식에서 제1수직갱도와 제2수직갱도를 비롯해 광산의 안전성과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집중 확인했다.
수사팀은 토사가 쏟아진 제1수직갱도 아래 집적장에서 토사 일부를 삽으로 퍼내 용기에 담은 뒤 국립과학수사원 등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또 지하 갱도 구조와 관련된 도면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 대한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오후 산업통상자원부 광산안전관, 경찰, 업체 관계자 등이 제2수직갱도에 내려가 갱도 내 안전성 등을 조사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감식이 시작된 7일 오후 경찰과 산자부 광산안전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1수갱 아래 집적장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2022.11.7/뉴스1
또 매몰로 인해 갱도 곳곳을 막고 있는 토사가 어떤 경로로 유입돼 광부들이 작업하던 갱도로 쏟아졌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등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캐고 있다.
매몰 사고 피해자인 작업반장 박씨도 가족을 통해 “(지하 갱도에서) 일하는 작업 환경이 그렇게 안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언론에 전한 바 있다.
수사팀은 이런 점을 전반적으로 따져 광산 운영 업체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와 쏟아져내린 모래 형태의 토사가 광산 폐기물의 일종인 ‘광미’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광미는 광물을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로 지정된 장소(광미장)에 버려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용민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오늘 현장감식은 전반적인 갱도 구조 확인을 통해 흘러내린 토사가 어디서 유입됐는지 경로를 확인하고 성분을 분석해 토사가 원래 지하 갱도에 자연상태로 있었던 것인지, 일부에서 주장하는대로 아연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나온 것인지 확인 중”이라며 “또 규정에 맞게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 자체구조대가 구했으나 작업반장 박씨와 또다른 박씨(56) 등 2명은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3분 가까스로 구조됐다.
특히 당시 업체 측은 자체적으로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실패하자 사고 발생 14시간이나 지난 이튿날(27일) 오후 8시34분에서야 소방당국에 신고해 초동 대응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었던 만큼 경찰은 현장감식 결과와 추후 수사를 바탕으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산자부 광산안전관 등 합동감식반이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감식에 들어간 7일 오후 2수갱 입구에서 생환 광부 2명 구조 당시 사용됐던 A 승강기를 타고 업체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갱도로 내려가고 있다. 2022.11.7/뉴스1
경찰은 해당 업체에 대한 수사 외에도 광산의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관련 기관에 대한 책임 이행 여부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작업반장 박씨는 “사고가 나기 전날에도 안전점검을 왔지만 옷에 흙탕물 하나 안묻히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그냥 가는 정도”라며 “작업을 위한 갱도인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갱도인지 (안전성) 확인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업체, 같은 광산에서 사고가 반복적으로 났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대한 철저히 수사해 사안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봉화=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