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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실험실에서 배양된 ‘인공 혈액’, 세계 최초로 수혈

입력 | 2022-11-07 16:01:00


줄기세포를 통해 배양된 인공 혈액이 영국의 임상시험에서 세계 최초로 수혈됐다.

영국 BBC가 6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애슐리 토이 교수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혈액이 인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임상시험을 통해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시험 참가자들은 4개월 간격으로 각자 5~10㎖의 인공 혈액과 일반 혈액을 수혈받는다.

애슐리 교수는 일반 혈액의 경우 젊은 적혈구와 오래된 적혈구가 섞여 있지만, 배양 혈액의 경우 100% 젊은 적혈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4개월 후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눈에 띄는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밝혔다.

연구팀은 470㎖의 일반 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통해 적혈구를 배양했다. 3주간 배양된 줄기세포에서 생성된 수혈 가능한 적혈구는 약 150억 개다. 인체의 혈액 총량인 5ℓ의 혈액에 있는 적혈구의 총개수는 약 25조 개로 알려져 있다.

얼핏 보면 인간 총 혈액의 전체 적혈구 수의 약 0.06%에 불과한 혈액을 3주간 배양한다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애슐리 교수는 이번 실험이 향후 희귀 혈액형인 ‘봄베이 O형’이나 낫세포 빈혈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낫세포 빈혈병의 경우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하는 유전병으로, 환자는 변형된 적혈구가 쉽게 파괴되어 악성 빈혈에 시달리게 된다. 봄베이 O형은 수천만 명 중의 한 명꼴로 등장하는 희귀 혈액형이며, 다른 모든 혈액형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항체를 가지고 있어 같은 봄베이 O형 혈액만 수혈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봄베이 O형 환자의 대량 실혈이 일어났을 경우 환자의 출혈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에 봄베이 O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현재 혈액의 배양에 드는 비용 문제와 같은 혈액에서 더 많은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안을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연구진 측은 추가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향후 대량 생산된 혈액을 통해 희귀 혈액형·유전병 환자들이나 응급 환자들이 혈액이 모자라서 사망하게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