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7일 제약·바이오 주식 보유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여야 의원들의 주식 거래 내역 등 자료 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복지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백 청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및 14조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앞선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제약·바이오 주식을 취득해 이해충돌 의혹을 받는 백 청장은 야당의 거듭된 주식 거래 내역 등 제출 요구에도 ‘청장 취임 이전 거래’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복지위는 고발 안건에서 ‘서류 제출 요구 거절’ 사유로 “국회 복지위 위원들로부터 주식 거래 내역 및 주식 보유 현황 등에 관한 서류 제출‘을 요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서류의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위증‘ 사유에 대해선 “주식 거래 내역 및 주식 보유 현황 등에 관한 서류 제출을 요구받고 이를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했음에도 해당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허위 진술을 했다”고 명시했다.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의결 직전 “청장이 2차 자료를 나름대로 의원실을 찾아가며 말씀을 전했고, 자료를 냈다고 한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답변에 미흡한 점이 있지만, 본인에게 얘기해 확답을 받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야당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청으로 승격했고, 국민 모두 자부심을 느낀 K-방역 중심에 있던 질병청”이라며 “질병청이 더 뿌듯하고 정정당당하게 일해야 하는 만큼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거부한 증인이나 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해당 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이 서면 답변을 포함한 진술을 허위로 했을 경우 1년 이상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범죄가 발각되기 전에 자백할 경우에는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는데, 이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종료 전에 해야 한다.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는 당초 법안·결의안을 처리하고 내년도 복지위 소관 예산안을 심사하기 위해 열렸지만, 백 청장의 주식 보유 논란 외에도 남동생의 직무수행계획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백 청장의 남동생은 진단키트 기업 사외이사를 지원할 당시 직무수행계획서에 ’친누이는 2대 질병청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남동생은 사외이사에 선발되지 못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남동생이 바이오 기업 사외이사에 지원하면서 ’누나 찬스‘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며 “청장 공직을 친동생이 바이오 기업에 지원하는 데 사적으로 유용한 이해충돌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백 청장은 해당 직무수행계획서를 제3자가 작성했고, 남동생은 사인만 했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압박이 이어졌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직무수행 계획서를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최종 확인서에 사인한 것은 본인이다. 사인 책임은 당사자가 지는 것”이라며 “백 청장 동생은 몇 살인가. 나이가 어떻게 되나”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친누이는 2대 질병청장‘이라 한 순간 이미 백 청장은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가뜩이나 10·29 참사 때문에 국민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마당에 백 청장이 더해서야 되겠나. 윤 대통령 짐을 덜기 위해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백 청장의 동생 취업 문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청장이 다 알지 못하는 내용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다”며 중재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압박은 계속됐다.
강훈식 의원은 “본인이 해명해야 할 일을 해명하지 않고 적당히 덮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급기야 남동생은 직무수행 계획서에 ’누님은 2대 질병청장‘이라는 말까지 넣었다. 직무수행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취업 되고 안 되고가 문제가 아니다. 동생으로 인해 이런 논란이 일어 질병청 직원에게 부끄럽고 윤 대통령에게 미안해야 한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전혜숙 의원도 “사외이사도 혜택을 보잖나. 연봉 안 받았다고 하는데 그렇게 답변하면 안 된다”며 “사외이사도 혜택을 본다. 죄송하다고 얘길 해야지 ’연봉 안 받았다‘고 답하면 되겠나. 선임되려고 썼다는 것 자체를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