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9시경 경남 창원시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의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전화번호는 알 수 없게 제한 표시가 걸린 전화였다. 직원이 받자 전화를 한 남성은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기부한다”며 “사무국 입구 모금함에 성금을 두고 간다”고 말했다.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손 편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곧바로 직원이 모금함을 확인했더니 5만 원권 다발로 현금 1000만 원과 익명의 기부자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쓴 편지가 있었다. 편지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슬픔에 빠진 유가족에게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기에 그냥 같이 슬퍼하고 같이 울겠습니다. 약소하나마 부산 울산 경남 유가족분들께 전달되길 바란다”고 쓰여 있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 기부자가 그동안 여러 차례 익명으로 고액 기부를 한 기부자와 같은 인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체가 비슷한데다 발신 제한표시 전화한 점이 똑같아서다. 이 기부자는 2017년 이웃사랑 캠페인을 시작으로 올해 수재민 돕기 성금까지 5년 동안 4억9900만 원을 기부했다. 코로나19 극복 모금과 진주 아파트 방화 피해자 지원, 대형산불,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원에도 성금을 보탰다.
창원=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