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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향토기업들, 경기침체 등 악재에 노심초사

입력 | 2022-11-08 03:00:00

대구백화점 본점 건물 매각 불발… 사업다각화 통한 체질개선 차질
옛 동아백화점 본점 철거 사고까지
DGB금융그룹 ‘사법리스크’ 몸살
임원진 뇌물재판 1년째 이어져



50년 이상 대구를 대표했던 향토 기업들이 경기 침체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백화점 본점(왼쪽 사진)과 지난달 31일 동아백화점 철거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나 안전펜스가 무너져 내린 모습.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를 대표하는 향토기업들이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최근 중구 동성로 본점 매각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매출 급감 등의 이유로 본점을 닫고 건물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한 것. 이로 인해 사업 다각화와 체질 개선 계획까지 흐트러지면서 회사 안팎에 위기감이 흐르고 있다.

본점 건물을 인수하기로 했던 ㈜제이에이치비홀딩스는 지난달 31일까지 중도금과 잔금 2075억 원을 납입하지 않았다. 대구백화점은 올해 1월 본점 건물과 토지를 2125억 원에 제이에이치비홀딩스에 양도한다고 공시한 뒤 매각 절차를 밟아왔다. 이후 매수 업체 측에서 잔금 납부 계약 변경 등을 요구했지만 양측 견해차가 커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백화점은 내부적으로 새로운 매수 업체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새 매수자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해당 부지에 호텔과 쇼핑몰, 오피스텔 등을 결합한 복합문화시설을 희망하고 있지만 요즘 대구는 대규모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는 등 부동산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다. 여기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상황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자금 시장이 경색돼 해당 본점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려는 업체가 나올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음 계약 때는 가격이 더 떨어질 공산이 크고, 매각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한때 대구의 상징이었던 쇼핑 공간이 장시간 동안 도심 속 흉물로 남아있다면 대구백화점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한때 대구백화점과 지역 유통가의 쌍두마차 역할을 했던 중구 옛 동아백화점 본점은 최근 철거 과정에서 안전 펜스가 균형을 잃고 기울어지는 사고가 벌어져 보행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동아백화점을 운영했던 건설사 화성산업은 사업 악화로 2010년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에 백화점을 매각했다. 2020년 폐점한 동아백화점 본점이 최근 철거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시민 김모 씨(56)는 “한때 대구 유통을 이끌던 동아백화점 본점에서 철거 사고까지 나 씁쓸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DGB금융그룹은 핵심 임원에 대한 재판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등 대구은행 임직원 4명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350만 달러(약 41억 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같은 해 12월 기소됐다. 이후 지난달 대구지법에서 4차 공판이 진행되는 등 1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기간 DGB금융그룹은 주가 하락, 당기 순이익 감소 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22일 주가는 1만 원 초반대였지만, 기소를 전후해 하락세를 보였고 첫 공판이 열린 후인 지난해 12월 10일엔 8000원대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인 6일 종가는 6730원이었다.

최근 발표된 DGB금융그룹 올해 3분기 당기 순이익은 394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비은행사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