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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장기화로 광주·전남 식수원 바닥… 제한급수-단수까지 검토

입력 | 2022-11-08 03:00:00

화순군 동복댐 저수량 41% 줄어
내년 상반기 제한급수 불가피
마늘-양파 등 월동작물 피해도



광주전남 지역에 심각한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7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 평림댐 인근 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가을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광주·전남 지역 주요 식수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동복호와 주암호 저수량이 3개월째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물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는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제한급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7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광주시의 상수원인 화순군 동복댐의 저수량은 2997만732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저수량보다 41%가량 줄었다. 저수율도 32.59%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79%와 비교해 절반이 넘는 수치가 감소했다. 이는 광주시가 급수 통계를 전산화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저수율이다.

동복댐의 저수량과 저수율이 줄어든 것은 예년보다 강수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동복댐의 올해 1∼9월 강수량은 633mm로, 같은 기간 10년 평균 누적 강수량 1388mm보다 755mm가 적었다.

광주시는 동복댐에서 하루 22만 t, 순천시 주암댐에서 하루 28만 t의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가뭄이 계속될 경우 동복댐은 내년 3월이면 바닥을 보일 것으로 광주시는 예상하고 있다. 동복댐의 경우 저수량이 7% 미만이면 상수도 공급이 제한된다. 연말까지 가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광주에서는 1992년 12월 21일부터 1993년 6월 1일까지 163일간 제한급수를 시행한 적이 있다. 광주시는 1일 “광주시민에게 먹는 물을 공급하는 동복댐이 내년 3월 말이면 고갈될 위기다. 장마철이 오기 전까지 20% 물 절약을 실천해 급수 위기를 이겨내자”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이례적으로 발송하고 거리 홍보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정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최근 가뭄 상황은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 제한급수와 함께 단수까지도 검토하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물 절약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4대 광역상수원의 저수율이 심각 단계로 떨어졌다. 7일 현재 전남 22개 시군에 식수를 공급하는 주암·장흥·평림·수어댐 등 4개 광역상수원의 저수율은 평균 35.8%로 집계됐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주암댐의 저수율은 32.3%로 예년 저수율 57.7%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저수량은 1억4900만 t으로, 수돗물 공급 가능 기간이 6개월여에 불과하다. 주암댐은 광주시를 비롯해 목포·여수·순천·광양·나주시, 고흥·보성·화순·함평·영광군 등 전남 10개 시군에 식수를 공급한다. 장성군과 담양군의 상수원인 평림댐의 저수율도 32.9%로 예년 저수율 65.4%에 비해 크게 줄었다. 장흥·강진·해남군 등 10개 자치단체가 상수원으로 활용하는 장흥댐과 주암댐 보조수원인 수어댐 저수율도 36.6%로 예년보다 훨씬 낮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남도내 일부 섬 지역에서는 이미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완도군 넙도의 경우 수원지 저수율(6%)이 급격히 감소해 5월부터 하루 급수, 엿새 단수를 시행하고 있다. 23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소안도는 미라제 저수율이 8%에 불과해 1일부터 이틀 급수, 닷새 단수에 들어갔고 금일읍도 7일부터 이틀 급수, 나흘 단수에 돌입했다.

가을 가뭄으로 마늘과 양파 등 월동작물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10월에 조생 양파 정식이 이뤄진 고흥지역의 경우 저수지와 웅덩이까지 말라 물을 제때 주지 못하자 양파가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누렇게 마르기 시작했다. 일부 남부지역의 난지형 마늘과 시금치도 발아가 잘 안 되고 수분이 부족해 생육이 더딘 상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