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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홍역 치른 英 “증세-지출 삭감으로 96조원 마련”

입력 | 2022-11-08 03:00:00

‘수낵 내각’ 강도 높은 재정개혁안
부채 해결로 재정건전성 강화 의지
“경기 침체 더 부추길 것” 우려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사진) 내각이 다음 주 600억 파운드(약 95조9000억 원) 규모의 증세 및 정부 지출 삭감 예산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재정 개혁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세금으로 최소 350억 파운드(약 55조9000억 원) 더 걷고 지출을 250억 파운드(약 39조9000억 원) 줄인 내년도 예산안을 17일 발표하고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로써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 급락을 부르며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대규모 감세안은 예산안에서 빠지게 된다. 또 고소득자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배당세 감면 방안도 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 수령액을 물가상승률과 평균 임금상승률 그리고 2.5% 가운데 높은 수치에 맞춰 매년 조정하는 ‘트리플 록’ 시행 여부 및 수당과 보조금을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하겠다고 한 트러스 전 총리의 정책 유지 여부는 며칠 내에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증세 및 지출 삭감 규모는 추정치여서 변할 수 있지만 헌트 장관은 최근 전체 직원회의에서 “적어도 500억∼600억 파운드에 해당하는 (재원 확보)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세 및 지출 삭감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커진 것이다. 가디언은 “지난주 영국중앙은행(BOE)이 ‘금리 인상이 경제를 1930년대 이후 가장 긴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예측한 이후 이 조치(증세 및 지출 삭감)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증세 및 지출 삭감은 경기 활력을 떨어뜨려 당분간 경기 침체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경기 침체가 장기적인 데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자 수낵 내각은 우선 뿌리 깊은 부채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재정건전성 강화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BOE는 3일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영국 경제가 이미 위축되고 있으며 2024년까지 8개 분기 연속 경기가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낵 총리는 지난달 25일 총리 확정 뒤 첫 대국민 연설에서 “정부는 부채 문제를 다음 세대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증세와 지출 삭감의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가디언은 “(헌트) 재무장관은 증세와 지출 삭감을 통해 영국 경제가 추가 충격에 대비할 충분한 여유를 주고, 예산안으로는 시장 신뢰 확보를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