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독재·통제 강화 ‘북한의 길’ 가는 중국 中-러 뒷배에 북핵, 악화·장기화 가능성 커져 한미동맹 더해 국방·경제 자강 능력 키워야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차 당 대회 이후 중국의 변화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조금 과장하면 ‘중국의 북한화’다. 우선 중국 정치의 북한화다. 마오쩌둥은 북한의 김씨 일가에 버금가는 신적 존재였다. 마오 일인 독재의 폐해를 목도한 덩샤오핑은 1978년 종신제를 종식하고 집단 영도체제를 도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시진핑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다시 영구 집권의 길을 열었을 뿐 아니라 정치국 상무위원에 꼭두각시를 앉혀 일인 영도체제를 확고히 했다. 회의장에서 끌려 나간 후진타오의 모습은 역시 회의장에서 끌려 나가 처형당한 장성택의 모습과 겹친다. 시진핑 3기 중국은 북한처럼 ‘영도자’ 일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독재국가의 전형이 될 것이다.
다음은 중국 경제의 북한화다. 72쪽 당 대회 보고서는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는데,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설명하지만 결국 공산당이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사회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민진국퇴(民進國退), 즉 민간기업을 키우고 국영기업의 역할은 축소했다. 시진핑의 주장은, 시장경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국진민퇴(國進民退), 즉 민간기업은 물러나고 공산당이 대표 선수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시즘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 공산당이 생산의 기본 요소인 자본·노동·토지·기술을 다시 틀어쥐고 중국 경제를 운영할 것이다. 시진핑은 북한의 김씨 일가와 같이 시장경제의 효율성 대신 통제된 사회를 선택했다. 북한이 앞서 중국이 걸었던 개혁개방의 길을 가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중국이 북한의 길을 가고 있다.
북한의 길을 가고 있는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길을 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일찍이 대통령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을 고쳐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고, 2000년 집권한 이후 러시아를 일인 통치하고 있다. 덩샤오핑 시대 중국이 세계질서 편입을 시도했다면, 시진핑 시대 중국은 세계질서에서 탈퇴해 고립의 길을 가려 한다. 이미 고립의 길을 가고 있던 북한과 러시아와 함께 가는 힘든 길이다. 이제 중국몽(中國夢)을 꾸는 ‘시(習)황제’는 유라시아 제국을 꿈꾸는 ‘차르(Czar) 푸틴’, 그리고 ‘조국해방’을 꿈꾸는 ‘최고존엄’ 김정은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더 거세게 흔들어 댈 것이다.
시진핑이 중국식 현대화의 길을 걸으면 ‘글로벌 공급망’의 탈동조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미국의 공급망 정책에 협력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뒤통수를 맞은 후 영 뒤가 개운치 않다. 미국은 중국이 규칙을 어기고 있기 때문에 핵심 산업의 탈동조화가 불가피하다며 우방국에 자국의 공급망 강화 정책에 동참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하지만 우방국이 참여하는 미국의 공급망 정책에도 규칙은 없고 미국 우선주의만 있다. 한국은 일본 및 유럽 국가와 공조해 미국에 규칙에 의거한 공급망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과의 탈동조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한국에 중국은 여전히 지정학적·지경학적 현실이다. ‘제로 차이나’ 정책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차 중국 당 대회는 ‘누이 좋고 매부도 좋았던’ 세계화의 국제질서가 종언을 고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한국은 한미동맹 위주로 국가전략을 가다듬어야 하지만, 외교·국방·경제 모두 더 자강(自强)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