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기업의 탄소중립] 사우디 가스-석유정제 공장 가보니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 르포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코바르에서 버스가 출발했다. 사막 도로를 2시간 넘게 가로질렀다. 지그재그로 파이프라인이 연결된 거대한 공장이 사막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배출 탄소 포집해 저장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하위야 가스공장에서 직원이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이 공장에서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도입해 가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람코 제공
○ ‘신비주의’ 벗고 스스로 ‘속살’ 내보인 아람코
아람코 본사 전경
아람코는 IPO 직후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후 미국 애플과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6일 기준 시가총액은 2조410억 달러(약 2849조 원)로 2조2010억 달러인 애플에 이어 2위다. 아람코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7월∼올해 6월 2790억3800만 달러로 2위 애플(1200억47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많다.
지상 최대 기업으로 군림해 온 아람코는 IPO 전까지만 해도 베일에 가려 있었다. 굳이 변화가 필요하지도, 홍보나 마케팅이 요구되지도 않았던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탄소중립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며 아람코도 큰 변화를 맞았다. 석유 산업과 대표 기업들은 ‘거대 악’으로 공격받았다. 아람코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 석유 산업의 문법에 없던 방식에 적응해야 했다.
아람코 제공
○ “하룻밤 사이 신재생에너지로 바뀔 수는 없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의 거대한 에너지 시스템이 하룻밤 사이 신재생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가정에는 큰 결함이 있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노르웨이 같은 선진국에서 효과를 봤다 하더라도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 똑같이 적용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하위야=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석유 감산 등과 관련한 국제 갈등에 대해서는 현지인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람코 본사에서 만난 임원들은 국제 에너지가격 불안정 문제에 대해 “나의 담당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코바르 시내에서 만난 한 사우디 시민은 “우리도 고유한 주권이 있는데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위야=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