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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이어 메타도 주내 수천명 정리해고… 창사 18년만에 처음

입력 | 2022-11-08 03:00:00

[위기의 빅테크]
WSJ “트위터 3700명 넘어설 것… 빅테크 최대규모 구조조정 전망”
코로나때 성장 낙관 개발자 싹쓸이… 엔데믹 이후 순익 급감에 해고 카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200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천 명 이상 대량 해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가 임직원 절반인 3700명을 돌연 해고하기로 한 데 이어 메타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때 고용을 크게 늘리며 개발자 ‘싹쓸이’에 나섰던 빅테크의 잇따른 해고 사태는 실적보다 가능성만 보고 ‘꿈의 투자’를 이어가던 시대의 종식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가 이르면 9일 ‘대량 해고’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직원이 8만7000여 명인 메타의 해고 규모는 트위터의 3700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빅테크 해고 사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부터 2년여간 4만2000여 명을 신규 고용했다. 올해 임직원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2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실적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외식이나 여행에 보낼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쏟으면서 2020년에는 순이익이 57.67% 급증했지만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든 올해 3분기(7∼9월) 순이익은 약 50% 급감했다. 미국의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ISI의 줄리언 이매뉴얼 수석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빅테크 기업의 ‘가치’는 이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재 ‘싹쓸이’에서 대량 해고로
미국 고용 시장은 여전히 과열 상태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하지만 이른바 ‘FAANG’로 불리는 페이스북(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은 올여름부터 고용 동결 및 감축을 예고해 왔다. 빅테크보다 작은 규모인 스냅, 리프트, 스트라이프 등 차기 빅테크 기업도 줄줄이 허리띠를 조이며 감원에 나서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과대 투자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위험 회피 투자 심리 △경기침체 우려가 얽힌 현상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기간 성장세 속에 과잉 투자를 이어간 빅테크에 가장 먼저 한파가 몰아닥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야외활동을 줄인 소비자들의 활동이 온라인에 집중되면서 빅테크 업계는 미래 성장성을 낙관하며 인재 싹쓸이에 나섰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아마존 임직원 수는 이 기간 무려 101%나 급등했다. 아마존의 빅데이터 분야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지난해까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할 것 없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인재가 있으면 일단 뽑고 보자는 분위기였다”며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기업을 골라 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마다 연봉, 복지 경쟁도 치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소비자들이 여행, 외식에 돈을 쏟기 시작한 데다 팬데믹 기간 차입이 많았던 빅테크 기업은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았다.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속에 유동성이 말라가자 투자자들은 팬데믹 기간에 투자의 기준으로 삼았던 ‘기술의 미래 가능성’ 대신 ‘당장의 실적’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풍부한 유동성 속에 투자 붐이 일던 테크 스타트업들의 자금줄도 끊기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정보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 펀딩은 전년 동기 대비 53% 급감했다.
○ 트위터, 필수 인력에 “잘못 해고” 번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일주일 만에 직원의 절반 수준을 해고한 트위터의 전·현직 직원들은 직장인용 소셜미디어인 블라인드에 “우리가 로봇이냐”고 토로하고 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는 “회사를 너무 빨리 키워 죄송하다”며 무리하게 투자해 경영 실패를 가져온 것에 대한 책임을 자인했다.

트위터에서는 심지어 갑작스러운 대량 해고로 “필수 인력이 잘못 해고됐다”며 뒤늦게 해고를 번복하면서 “돌아와 달라”고 간청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