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27만명 늘어 세액 4조 ‘1주택 종부세 완화’ 무산도 영향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2.10.31 뉴스1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납세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 1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내야 할 종부세는 5년 전의 10배인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만큼 납세자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개최한 ‘2022년 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이 약 120만 명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은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93만1000명)보다 29%(약 26만9000명) 늘어난 규모다. 2017년(33만2000명)과 비교하면 5년 새 3.6배 불었다.
기재부는 올해 고지되는 주택분 종부세액은 약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7년(4000억 원)의 10배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9.1%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7.2%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한 ‘1주택자 특별공제 3억 원’도 무산돼 종부세를 안 낼 수 있었던 이들까지 포함된 점도 대상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국세청은 이달 22일 전후로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주택 공시가 뛰자 종부세 대상 1년새 29% 급증
올해 종부세 120만명
“집값 떨어지는데” 조세저항 커질듯
올들어 불복심판 청구 작년 14배
7일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1년 새 29% 늘지만 세액은 오히려 지난해(4조4000억 원)보다 소폭 줄어든다. 이는 종부세를 계산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그대로 뒀다면 올해 종부세액이 9조 원 가까이 됐을 것”이라며 “비율이 지난해 95%에서 올해 60%로 낮아져 세 부담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6억 원’(1주택자는 11억 원)으로 달라진 게 없다. 올해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17% 넘게 뛰었기 때문에 납부 대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올 9월 국회에 제출한 세제 개편안에는 내년부터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1주택자는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을 없애고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안도 포함됐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종부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올 들어 9월까지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종부세 불복 심판 청구는 3843건으로 1년 전보다 14배가량 급증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만큼 앞으로 조세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