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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애도기간에 점심 공짜”…짬뽕집 운영 노부부의 사연

입력 | 2022-11-08 10:24:00

보배드림 갈무리


제주의 한 음식점이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 음식값을 받지 않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공짜 점심을 먹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어제(3일) 일하다 점심을 먹으러 노부부가 운영하는 동네 작은 중화요리집을 방문했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동네 어르신이 계산할 때 돈을 안 내고 그냥 가시더라”며 “대화 내용을 듣지 못해 ‘다른 분이 계산하셨나 보다’ 했는데 다음 테이블 손님도 그냥 가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저희도 식사를 다 하고 계산하려는데 (사장님께서) ‘젊은이들 추모 기간’이라고 돈을 안 받으시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 정도뿐’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A 씨는 이 말을 듣고 일행들과 가지고 있던 현금을 모두 모아 1만7000원을 식당에 두고 왔다고 한다. 그는 ”총 2만3000원어치 먹었는데 6000원이나 덜 드리고 왔다. 나머지 금액은 다른 방법으로 또 갚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게 홍보 아니다. 홍보 없이도 너무 바빠서 하루 3~4시간만 장사하는 집”이라며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를 이끄는 큰 원동력이자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사장님 말씀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해당 식당은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짬뽕 전문 음식점이다.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70대 B 씨는 “애도기간 중 하루만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 딸 생각이 나 그랬다”고 뉴스1에 밝혔다.

B 씨는 “딸이 지금은 마흔이 넘었지만 예전에 (학생 때) 대만으로 보낸 적이 있다. 당시 큰 지진이 나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데 딸과 연락이 끊겨 정신없었던 기억이 있다. 가슴이 정말 저렸다”며 “원인이 어떻든 간에 젊은 애들이 목숨을 잃어서 가슴 아프고, 그때 마음 졸인 게 생각나면서 부모들 마음에도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B 씨는 남편과 상의해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음식값을 받지 않기로 했다. 손님들도 이들 부부의 뜻에 동참해 식당에 현금을 두고 가거나 음료수를 사다줬다고 한다. B 씨는 그 현금마저 ‘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 그는 “제 딸도 여전히 밤에 불을 끄지 않고 잔다. 이번 참사로 많이들 가슴이 저리셨을 것”이라며 “애도에 동참해주신 손님분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