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들에 감원 ‘칼바람’이 불면서 경기 침체 신호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고속 성장한 빅테크들이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앞다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소유하고 있는 메타는 18년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설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가 이르면 9일 대규모 정리해고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메타의 8만7000여명 직원 중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공유업체 리프트도 지난 3일 전체 인력의 13%인 700명에 육박하는 직원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리프트 공동설립자인 로건 그린과 존 짐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내년 중 불황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리프트 주가는 올 들어 70% 가까이 폭락했다.
온라인결제 서비스기업 스트라이프도 같은 날 인력의 14%를 감축하겠다고 직원들에게 발표했고, 핀테크기업 차임도 최근 1300명의 인력 중 12%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채용을 동결하는 곳도 늘고 있다.
애플도 연구개발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채용 동결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성명에서 “현재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우리는 사업 일부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다른 테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금리, 줄어드는 소비자 지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봉쇄로 아이폰15 생산도 타격을 입고 있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25% 하락했다.
미 노동부가 지난 4일 발표한 고용 보고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인 가운데 빅테크들 사이에서 감원이 단행되고 있다.
미국의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26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은 3.7%로 소폭 올랐지만 다우존스 예상치(20만5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빅테크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에서도 고속 성장을 이어오며 경쟁적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밴더빌트대학교의 조쉬 화이트 조교수는 “자본집약적인 다른 산업과 달리 테크 기업들의 가장 큰 자산은 인력”이라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경우 공격적으로 늘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계속 빌리는 것이 비싸지고,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부터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63%로 예측했다.
지난 10월 말에 발표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자체 모델 추정 결과는 향후 1년 내 침체 확률이 100%에 달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사 모델에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 확률이 98.1%에 이르렀다. 이에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