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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땐 울고, 주변사람과 감정을 솔직하게 나눠보세요

입력 | 2022-11-09 03:00:00

[취재 일지]건강한 애도를 위해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한 상실감… 실망-좌절-분노 등도 그 중 하나
감정을 잘 흘려보내는 것이 ‘애도’… 스트레스 심할 땐 심호흡 도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모여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 공간에는 꽃과 추모 글귀를 적은 종이가 가득했다. 동아일보DB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과 고통은 형언조차 하기 어렵다.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이 된 이태원역 1번 출구와 156명의 목숨이 스러진 골목 초입엔 여전히 하얀 국화와 쪽지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기자 역시 사고 이후 제대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누군가의 자녀, 연인, 친구였을 사람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처절했던 현장의 기록들을 보며 수시로 울컥했다.

청춘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상실감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남은 이들에게 한꺼번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어느 시점에선 부모를 잃고, 형제자매를 잃으며 친구를 잃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별은 우리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우리는 우리가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하고 흘려보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적이 없다. 이태원 참사 댓글에 비난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이유도 어쩌면 감정 표현에 서툰 이들의 표현 방식일 수 있다. 정신분석가들은 상실이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면 반드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은 수많은 상실의 연속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이루지 못한 작은 소망들, 타인에게서 오는 실망들, 크든 작든 모두 상실을 느끼게 한다. 상실에는 실망, 좌절, 분노 등의 감정이 있다. 이런 상실을 잘 흘려보내는 것이 ‘애도’다.

제대로 치러지지 않은 이별의 의식은 훗날의 삶을 왜곡한다. 애도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슬픈 감정이다. 즉 상실의 자연스런 결과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게 흔한 위로의 말이지만, 아니다. 상실의 대상은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애도라는 힘든 노동을 통해서 그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때 잊혀진다.

통곡은 애도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지금은 울 수 없는 사람들도 있으며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애도의 노동으로는 애도일기를 쓰는 것 외에도 스크랩북을 만들거나 포토앨범을 꾸미는 것도 좋다. 그가 즐기던 음악이나 봉사활동을 물려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안에 사진 액자로 ‘그의 자리’를 마련해두는 것도 괜찮다. 슬픔을 환기시킬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지속해야 하는 삶 속에 그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지지대가 돼 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사랑했던 이의 상실을 삶 속에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가트라우마센터,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에서는 건강한 애도의 방법을 제시했다. △울고 싶을 때 운다. △자신의 감정들을 바라볼 수 있으며 건강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가족, 친구들과 솔직하게 대화한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필요한 도움을 받아들인다. △스스로를 잘 돌본다.(식사, 수면, 휴식, 운동 등) △사별이라는 현실을 수용한다. △고인과의 상징적인 연결고리를 찾는다. △자신이 속한 세상의 변화, 그 변화로 인한 슬픔을 알고 그것이 가져오는 것들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갖는다. △종종 자기 파괴적인 생각을 하더라도 그 생각들을 빨리 떠나보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위원장)는 “안정화 기법은 스트레스 반응이 심할 때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이라며 “공황발작과 같은 갑작스러운 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겪을 때 도움이 되며 불안, 불면, 두통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