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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파업 장기화…“쇳물로 만든 반제품 수출 검토”

입력 | 2022-11-08 11:46:00


 현대제철이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반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노조가 한 달 넘게 게릴라 파업을 이어가며 열연 공정에 투입해야 하는 쇳물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선철과 슬라브 같은 반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최대 장점인 일관제철 방식이 노조 파업으로 삐긋하며 이번 사태가 자칫 국내 철강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서 생산한 쇳물로 슬라브 등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노조 파업으로 쇳물을 만들고도 이를 열연공정에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관제철소에서 생산한 쇳물은 곧바로 열연강판을 만드는 공정에 투입된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노조가 게릴라 파업을 강행하며 당진제철소 열연공장은 정상 가동이 힘든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이 남아돌자, 선철과 슬라브 등 반제품으로 만들어 재고로 남겨둔 상태다. 급기야 이 재고까지 쌓이자 수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슬라브 등 반제품 수출을 진행한다면 이는 국내 철강업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주로 자동차강판과 후판 등 자동차와 선박을 위한 철강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반제품을 수출할 경우 국내 산업계에 공급해야 할 철강 제품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에 이어 현대제철까지 생산 차질을 겪게 되는 것으로 철강 수급이 원활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슬라브 등의 수출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말한다”며 “반제품을 수출할 정도라면 자동차, 조선 같은 국가 기반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원재료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는 투쟁 강도를 더 높이려 한다. 노조는 오는 9일 오후 4시30분부터 당진제철소 C지구대에서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노조 확대간부 전원은 24시간 파업도 동시에 진행한다. 이에 따라 파업으로 인한 현대제철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거날 조짐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 및 성과급 지급을 놓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협상이 원활하지 않자 노조는 지난 9월 말부터 당진제철소 부분파업에 나섰다.

당초 후판과 특수강, 선재를 중심으로 진행했던 이 파업은 지난달 5일부터 열연 공정까지 확대했다. 파업이 열연공장까지 번지자 열연을 중심으로 철강 수급난은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