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군 키움 최원태. 인천=뉴스1
SSG 대타 김강민(40)에게 한국시리즈 5차전이 끝나는 홈런을 얻어 맞고 고개를 떨굴 때까지도 최원태는 머릿속에서 그 공 하나를 지워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아니다. 키움 왼손 타자에게 그 코스는 스트라이크지만 SSG 타자에게는 아니다. 적어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그랬다.
이 투구 추적 데이터에 간단한 ‘머신 러닝’ 모형을 만들어 붙이면 컴퓨터에게 ‘그 공은 스트라이크 확률이 어떻게 됐니?’라고 물어볼 수 있다.
컴퓨터는 2022 정규시즌 데이터를 토대로 74.8%라고 답했다. 최원태가 SSG 9회말 선두타자 박성한(24)에게 다섯 번째로 던진 그 공 말이다.
그러나 구심을 맡은 박종철 심판은 25.2% 소수파였다. 야구에서는 그 어떤 공도 구심이 스트라이크라고 선언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아니다.
박 심판 판단만 유독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이번 시리즈 때 SSG 왼손 타자는 그 코스로 들어온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일이 드물었다.
공 하나로 왜 오버냐고? 이 공으로 박성한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SSG가 역전에 성공할 확률이 17.2% 올랐다.
8회말에 최정이 날린 2점 홈런이 끌어올린 역전 확률이 16.4%였다. 최정의 홈런보다 이 공 하나가 키움에는 더 타격이었다.
이어 키움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파울 판정이 나왔고 시리즈 내내 키움 팬들을 기쁘게 하던 최주환(34)이 원바운드로 펜스를 때렸다. 무사 주자 1, 3루. 그리고 끝내 역전을 확정하는 대포가 터졌다.
이러면 키움 팬 머릿속에는 가정에 가정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3차전 때 공 하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SSG 박종훈(31)이 키움 김태진(27)에게 초구로 던진 투심을 최수원 심판은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했다.
컴퓨터는 이 공이 스트라이크일 확률이 0.5%라고 계산했다.
물론 이번 시리즈 때는 아니다. 위에 있는 그림처럼 이 코스는 키움 왼손 타자에게 ‘넉넉한’ 스트라이크 코스다.
공 하나에 웬 난리냐고? 역시 올해 정규시즌을 기준으로 초구가 볼인 타석은 OPS(출루율+장타력) 0.811로 끝났지만 스트라이크였을 때는 0.602로 내려간다. 81점짜리 타자를 60점짜리로 만드는 결과다.
게다가 이 김태진 타석 때 레버레지 인덱스(Leverage Index)는 5.8이었다. 평소보다 5.8배 중요한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이럴 때 심판 판정이 끼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다.
심판진에게 항의 중인 홍원기 키움 감독(오른쪽). 인천=뉴스1
컴퓨터 판정과 비교했을 때 볼-스트라이크 판정 일치도는 △1차전 94.3% △2차전 85.1% △3차전 87.2% △4차전 91.6% △5차전 88.3%였다.
자세히 보시면 이 비율이 90%가 넘어간 경기에서 이긴 팀과 미만인 경기에서 이긴 팀이 서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심판진이 일부러 그랬다는 건 절대 아니다. 분명 우연의 일치였을 거다. 스트라이크 존도 판정도 말이다.
하지만 야구 규칙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는 야구 심판에게 이렇게 주문한다.
“모든 것을 본 그대로 판정하고, 홈 구단과 원정 구단에 차별을 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이번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팻 호버그 구심은 판정 일치도 100%를 기록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