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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 광부, 병실서도 식후 ‘커피믹스 한잔’…주치의 “건강 양호”

입력 | 2022-11-08 13:38:00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생환한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지난 7일 오후 안동병원에서 안대를 벗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병실 사물함에 커피믹스 상자(붉은 원 안)가 놓여 있다. 독자 제공 2022.11.8


“(구조돼) 밖에 나와서 마시는 커피믹스도 맛있네. 허허.”

매몰된지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돼 안동병원에서 나흘째 치료 중인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광부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식사 대용으로 먹은 커피믹스를 즐겨 마시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8일 가족에 따르면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씨(62)는 며칠 전 아들 근형씨(42)에게 “커피믹스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근형씨가 사다준 커피를 매끼 식사 후 1봉지씩 하루 3봉지 정도 마시고 있다고 한다.

토사 매몰로 고립됐을 당시 박씨 등 광부 2명은 사고 초기 사흘간 갱도에 내려오기 전 들고간 커피믹스 30봉지를 타 먹으며 극한의 상황을 버텨냈다.

현재 박씨와 보조작업자 박모씨(56)는 몸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안동병원에 따르면 이들은 눈과 안면부의 부기가 빠졌고, 취침 중 갑자기 깨거나 악몽을 꾸는 수면 장애와 가벼운 경련 증상도 많이 나아졌다.

다만, 작업반장 박씨의 경우 허리 통증을 호소해 정형외과 진료도 받고 있으며, 보조작업자 박씨는 토하는 증상 등을 보여 관련 진료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광부 2명 모두 지하 190m 아래, 환경이 좋지 않은 장소에 장시간 고립돼 알레르기 발진 등 피부에 이상 증상이 있어 처방을 마쳤다”며 “전날 진단받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이들은 최소 1주일에서 열흘쯤 후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치의인 방종효 안동병원 신장내과장은 “체중이 다시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다”며 “퇴원 시기를 정하지 않고, 의료진과 환자 모두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 광부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째인 지난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2.11.5

앞서 지난 10월26일 봉화 소천면 서천리 아연광산 지하 갱도에서 토사가 쏟아져 작업하던 광부 7명이 지하에 매몰됐다.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 자체구조대가 구했으나 2명은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3분 가까스로 구조됐다.

특히 당시 광산 운영 업체 측은 자체적으로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실패하자, 사고 발생 14시간이나 지난 이튿날(27일) 오전 8시34분에야 소방당국에 신고해 초동 대응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지난 7일 실시한 현장감식 결과와 추후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업체 측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