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열 벤처블릭 대표 의료기기-의약품 업계 등 근무하고 스타트업 육성 분야서도 오랜 경험 헬스케어 투자 회사 ‘벤처블릭’ 설립, 의사-임상의 등으로 투자자 구성 스타트업에 체계적 평가-자문 제공… 시장 진입 장벽 높은 바이오 분야 국내 장기 투자자 찾기 어려워… 관련 이해 높은 해외 투자처 찾길
이희열 벤처블릭 대표
불과 얼마 전까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으로 재임하던 이희열 대표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직원들의 존경과 신임을 한 몸에 받던 임원이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충격이 작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세계적인 제약사와 의료기기 회사에서 본사 경영진 경력을 가진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아시아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Great Place to Work’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로 3년 연속(2020∼2022년) 선정됐으며 ‘Singapore Business Review’에서는 2021년 올해의 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몸담았던 헬스케어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헬스케어 전문 투자 회사인 벤처블릭을 설립했다. 벤처블릭은 현재 호주, 한국, 싱가포르, 미국 등 4곳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중국 법인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벤처블릭 펀딩 플랫폼은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펀딩 플랫폼과 전문 커뮤니티를 통해 의사, 임상의, 병원 관리자 등 헬스케어 업계 전문가들이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처방 의약품(ETC), 의료기기, 동물 의약, 진단시약, 일반 의약품(OTC)을 포함한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10개국 이상 지역에서 근무했으며 세계적인 헬스케어 회사인 머크, 브리스틀 마이어스 스퀴브, 바이엘, 메드트로닉에서 일했다. 인수합병(M&A), 전략적 파트너십, 신흥 시장 진출, 스타트업 육성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이력을 쌓았다.”
―벤처블릭은 어떤 회사인가.
“초기 단계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헬스케어 전문 투자 회사’다. 헬스케어 산업은 독특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회사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벤처블릭은 단순한 투자가 아닌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최대한의 유연성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신속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은 벤처블릭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나.
“많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자본이다. 우리는 이들 기업을 위해 적절한 규모의 국내외 투자를 유치할 것이다. 초기 투자자는 헬스케어 전문가들로 구성한다. 스타트업 회사는 투자뿐 아니라 이들 전문가에게 체계적인 평가, 자문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미래의 헬스케어 소비자로 필요한 아이디어를 스타트업에 제공해 줄 것이다. 또한 전문 커뮤니티에서는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벤처블릭의 차별화된 펀딩으로 스타트업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 방향에 맞게 경영이 가능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헬스케어 분야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신약은 거의 없다. 외국에서 승인된 한국의 신약은 단 한 건도 없다. 헬스케어, 특히 신약 개발 등 바이오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통상적으로 신약은 5000억 원 매출인 회사에서도 나오기가 어렵다. 연구 인력도 5000명 이상은 돼야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이런 최소한의 규모를 갖춰야 그나마 신약 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품질, 규제, 임상 요건 등 높은 시장 진입 장벽과 장기간 소요되는 제품 개발 기간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전 세계 글로벌 투자자가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비중은 0.5%도 되지 않는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헬스케어 기업들에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우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국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러 나라에서 투자자를 구하는 것이 좋은데, 회사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러운 기업 홍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제품이 완성돼 그 나라에서 허가를 받을 때도 도움이 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투자와 달리 헬스케어 분야의 이해도가 높아 장기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자본. 차별화된 펀딩으로 각 스타트업이 원하는 경영이 가능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