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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생환 광부 “업체 측, 광산 폐기물 ‘광미’에 물 섞어 갱도에 버려”

입력 | 2022-11-08 15:09:00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감식이 시작된 7일 오후 경찰과 산자부 광산안전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1수갱 아래 집적장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2022.11.7/뉴스1


매몰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돼 안동병원에서 나흘째 치료 중인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광부 박정하씨(62)가 쏟아져 내린 토사는 광산 폐기물인 ‘광미’와 물이 섞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씨는 “작업 중 쏟아져 내려 출구를 막는 토사는 광산 운영 업체 측이 사고 지점 약 10m 떨어진 갱도에 버린 광미와 물이 섞인 폐기물”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부터 사고가 발생한 광산에서 일한 그는 “광미를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업체가 사고가 난 갱도인 제1수직갱도 옆에 위치한 다른 폐갱도에 광산물 찌꺼기인 광미를 버렸다”며 “고운 모래 형태인 광미를 붓고, 광미가 굳어 부울 공간이 없으면 물을 부어 내려가게 했다. 공간이 생기면 또 광미를 붓고, 물을 붓기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물에 섞여 걸쭉해진 슬러지 형태의 폐기물이 광부들이 작업하던 곳으로 쏟아져 내려 매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광미는 원광석에 포함된 아연 순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운 모래 형태의 찌꺼기다.

광산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광미는 지정된 장소(광미장)에 버려야 하는 것이 원칙으로, 폐갱도에 매립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차단막 등 안전조치가 미흡해 쏟아지거나 다른 갱도를 따라 흘러들어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도 이 부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전날 실시한 현장 합동감식에서 토사가 쏟아진 제1수직갱도 아래 집적장에서 토사 일부를 삽으로 퍼내 용기에 담은 뒤 국립과학수사원 등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정용민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흘러내린 토사가 광미와 물이 섞인 슬러지인지, 어디서 어떻게 유입됐는지 경로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채취한 시료는 국립과학수사원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분석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조된 광부들에 대한 기초적인 참고인 조사가 완료되면 업체 측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장찬익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사전에 구조된 광부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업체 측의 광미 처리 방식이 규정대로 지켜졌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 갱도 내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은 내부 고발자가 이미 폭로한 바 있다. 지난해 한 내부 고발자는 당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광산 운영 업체 측이 1만톤이 넘는 광산 폐기물을 매립했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가족들이 이런 점 등을 따지자 업체 측은 취재진과 가족에게 “허가 받은 광미장이 따로 있다”며 “슬러지 형태의 폐기물은 다 그곳으로 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0월26일 봉화 소천면 서천리 아연광산 지하 갱도에서 토사가 쏟아져 작업하던 광부 7명이 지하에 매몰됐다.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 자체구조대가 구했으나 작업반장 박씨 등 2명은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3분 가까스로 구조됐다.

특히 당시 업체 측은 자체적으로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실패하자, 사고 발생 14시간이나 지난 이튿날(27일) 오전 8시34분에서야 소방당국에 신고해 초동 대응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현장감식 결과와 추후 수사를 바탕으로 업체 측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에 앞서 지난 8월29일 이 업체는 같은 광산에서 붕괴 사고를 일으켜 2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이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업체에 대한 수사 외에도 광산의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관련 기관에 대한 책임 이행 여부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업체에 대해 9일부터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고용노동부는 구조된 광부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권고했다.

(안동=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