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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시진핑, 12월 사우디 방문”…中 “아는 바 없다”

입력 | 2022-11-08 17:21:0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에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WSJ은 중국과 사우디는 양국 관계를 심화시키고 미국 주도가 아닌 다극화된 세상에 대한 비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이 같은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양국 관리들은 시 주석과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간 정상회담에 대한 세부 내용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은 미국이 오랫 동안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해온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고, 석유가 풍부한 사우디와 미국의 최대 경쟁국 간에 유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WSJ은 수개월 간의 논의 끝에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12월 둘째 주로 잠정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집권 3기에 들어간 시 주석이 가까운 시일 내에 사우디를 방문할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오늘 우리의 만남은 시 주석의 예상 방문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시 주석이 조만간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역사적이고 공고한 관계는 공동의 원칙과 상호 존중에 기초해 국제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사우디를 방문한 건 지난 2016년 1월이다. 당시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왕위 계승자로 지명되기 전이었다. 이후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9년 초 중국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방문을 자제해왔다. 지난달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2년8개월 만에 해외 순방을 재개했다.

당초 시 주석은 지난 4월과 8월에도 사우디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이 집권 3기를 맞아 사우디 방문을 결정한 것은 미국을 강하게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사우디를 방문했다.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5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사우디를 직접 방문, 원유 증산을 위한 ‘비밀 합의’를 맺었지만 도리어 사우디가 원유 감산을 단행하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사우디의 원유 감산 결정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0여년 에너지 동맹을 맺어온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은 2차대전 당시 석유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사우디와 관계를 증진해왔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안보’ 보장이라는 이득을 얻을 수 있었기에 두 국가는 70여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셰일가스 혁명을 계기로 미국이 강력히 에너지 독립 정책을 추진하자, 사우디와의 관계가 점차 소원해졌다. 미 정부의 외교 중심이 아시아에 쏠린 점도 영향을 끼쳤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중심 외교를 추구하면서 사우디와의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 2018년 사우디계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미국이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이후 악화했다.

오랜 동맹이었던 미국과 사우디가 소원해진 틈을 타 시 주석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데 힘이 실린다.

한편 중국 외교부 측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 관련 WSJ 보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