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의 사우디아라비아 다란 본사. “아람코에 취업하려면 얼마나 어렵냐”는 질문에 대한 사우디 국적 여성 직원의 대답이었다.
● 외국인과 여성 직원 북적한 아람코 본사…“아직도 변화 낯설어”
한국인 직원들도 점차 늘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사우디 KAUST 대학에서 만난 장준석 아람코 리서치센터 연구원도 그 중 하나였다. 현대자동차 등과 협업해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아람코 관계자는 “2019년 첫 기업공개(IPO) 이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채용을 확대하는 분위기”라며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아람코가 한국의 자동차·조선·수소 산업 등과 협업할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람코의 변화는 급변 중인 사우디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실권자가 된 뒤 엄격한 사우디의 근본주의 율법을 깨고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석유만으로는 사우디의 앞날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탈석유화를 통한 경제 다각화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아람코가 최근 IPO를 한 이유도 투자금을 확보해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는데 투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 빈 살만 개방 정책에 마을은 관광지로, 한류 열풍도 확대
과거 사우디는 아람코의 석유 산업만으로도 충분히 돈이 된 만큼 오랜 기간 외국인 관광에 폐쇄적이었다. 까다로운 비자 심사를 거쳐 특별한 경우에만 입국이 가능했다. 사우디 전통 복장인 도브(흰색의 긴 옷)와 슈막(두건)을 두르고 거리를 구경하는 기자를 여전히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민들이 많았다. 흔치 않은 동양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사우디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여성의 권리다. 2018년부터 사우디에서는 오랜 기간 금지됐던 여성 운전이 가능해졌다. 억눌렸던 차량 구매 욕구가 폭발해서일까. 고급 스포츠카를 타는 여성 운전자들이 남성보다 도로에 더 많이 보였다. 취재 차량 운전자는 한 여성 운전자가 주차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더니 “여성들이 운전을 배운지 얼마 안 돼 아직 주차가 서툰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사우디의 문화 개방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공항이나 큰 쇼핑몰에는 아람코가 장기 후원하는 포뮬러원(F1) 광고가 여기저기 보였다. F1에서 지속 가능한 탄소저감 연료와 엔진 효율성 향상 등을 돕고 있다. 사우디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과 경쟁 중이기도 하다. 코바르에서 만난 사우디의 한 시민은 “이미 우리가 한국보다 많은 국가들을 설득해 놨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사우디가 엑스포를 유치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제다·다란=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