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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 가른 3대 민생 쟁점…중도층 표심 흔들었다

입력 | 2022-11-08 20:31:00


“장 보러가기 겁납니다. 민주당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라지만 결국 정부가 돈을 뿌려서 물가가 높아진 것 아닌가요?”

7일(현지 시간) 민주당 성향이 높은 뉴욕주에 사는 주부 엘리자베스 씨(35)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8일 중간 선거에서 야당 공화당에 표를 던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가를 최대 의제로 ‘경제’가 꼽힌다. 40년 만의 고물가 속에 중도 유권자들이 ‘민주당 심판론’에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국면이 사실상 종식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팬데믹이 야기한 도심 범죄율 상승과 공교육 학력 저하도 경제 문제와 함께 중도층 표심을 흔드는 핵심 민생 현안으로 꼽았다.

① “정부가 돈 뿌려 인플레이션”

월스트리트저널(WSJ)는 7일 물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지지층의 46% 뿐 아니라 무당층에서도 49%가 고물가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22%가 “고물가가 부담이 된다”고 했다.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결정으로 민주당에 쏠렸던 여성 표심이 고물가 앞에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설문조사에 따르면 9월 이후 무당층 여성 유권자의 23%포인트가 공화당 지지로 이동했다. CNN도 “2018년 대선 때보다 올해 선거에서 여성의 공화당 지지율이 높아졌다”며 “장을 보는 주체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도 워싱턴 지역의 최대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로 꼽히는 ‘DC 도심 부모’에서도 이번 투표 기준을 낙태권으로 삼을지, 인플레이션으로 할지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인플레이션은 지나가지만 여성의 낙태권은 지금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당은 현실 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돈을 푼 것은 민주당”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최근 전년 대비 월세가 40% 이상 급등한 뉴욕시에선 렌트비 불만이 높다. 시내 고층아파트 도어맨으로 일하는 케빈 씨(28)는 “렌트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누가 돼도 해결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② “팬데믹 이후 밤거리 무섭다”

뉴욕, 필라델피아, 포틀랜드 등 대도시에서는 범죄율이 표심을 가를 요인으로 떠올랐다. 뉴욕시 퀸스 지역에 사는 제이 씨(42)는 “팬데믹 기간 동안 노숙자와 약에 취한 이들이 뉴욕을 차지하고 있다. 밤거리가 무서워질 지경”이라며 “단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민주주의 위협’이나 ‘기후변화’에 집중할 때 공화당은 “범죄 근절”을 외치며 펜실베이니아, 뉴욕, 오레곤, 위스콘신 등에서 민주당을 바짝 쫓고 있다. 최대 접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메흐메트 오즈 공화당 상원 후보는 “민주당이 범죄자를 풀어주고 있다”는 선거 광고를 계속 내보내며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욕 주지사 선거에 나선 리 젤딘 공화당 후보 역시 ‘안전한 뉴욕’을 내세워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뉴욕에서 28년 만에 주지사에 가장 근접한 공화당 후보로 꼽히고 있다. 크리스틴 드라잔 공화당 오레곤 주지사 후보는 자신이 노숙자로부터 칼로 위협 당했던 일화로 유세 연설을 시작할 정도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지지 성향이 높은 주를 가리키는 ‘레드 스테이트’에서도 범죄율이 높아졌지만 공화당이 이를 선거 전략에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③ “공교육 실패에 실망”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교육이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면에 잠긴 빙산”이라고 진단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공교육에 실망한 학부모들이 ‘주정부 심판론’에 표를 주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미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특히 수학 부문의 학력 저하가 심각했다. 한 공화당 지지자는 WP에 “민주당이 뒤에 있는 교원노동조합이 아이들과 부모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바이든 행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했다. 반면 폴리티코에 따르면 워싱턴주에서는 ‘교육예산 대폭 확대’를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