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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 높이자… 금융위, 최고금리 보완 나서

입력 | 2022-11-09 03:00:00

기준금리 오르며 조달비용 커지자
대부업체들, 취약계층 대출 축소
저신용자 제도권 밖 밀려나는 역설
전문가 “기준금리와 연동 필요”




금융당국이 연 20%에 묶인 법정 최고금리 제도의 보완을 검토하고 나섰다.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최고금리를 낮췄는데, 최근 시장금리 급등 여파로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선진국들처럼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오히려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고금리 상황에서 연 20% 최고금리 부작용”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법정 최고금리 운영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제도가 고금리 상황에서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는 우려가 크다”며 “해외 사례를 연구해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 보완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적으로 서민금융 공급을 늘리고 불법 사금융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44% 수준이던 법정 최고금리는 저금리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 속에 2016년 27.9%, 2018년 24%, 지난해 7월 20% 등으로 꾸준히 인하됐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대부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고신용자, 담보 위주의 대출에 대거 나섰다. 이어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금리가 급등하자 역마진을 우려해 아예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2020년 사상 최저인 0.5%까지 내려갔던 기준금리는 지난달 10년 만에 3% 시대를 열었다.

최근 대형 대부업체들마저 잇달아 신규 대출을 축소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대부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서민들에 대한 신용공급 역할을 계속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유럽형 모델 눈여겨봐야”
이 여파로 제도권 대출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에서도 밀려나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는 2019년 4986건에서 지난해 9238건으로 급증했고 올 들어서도 8월까지 6785건이 접수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6월 현재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한 고금리(18∼20%) 신용대출을 받은 가구 가운데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취약가구는 84.8%에 달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중·저신용자들이 법정 최고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며 “조달 금리가 더 오르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 같은 최고금리 제도의 역설을 보완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등 유럽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금리 변동 폭만큼 최고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식이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0%일 때 최고금리가 20%라면 기준금리가 3%일 때 최고금리는 23%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최고금리를 더 낮추는 법안이 10여 건 발의돼 있어 제도 보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최고금리가 저금리 상황에서 정해진 만큼 실제와 괴리가 있다”며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유연화해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