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라지 사이즈로 나눠 팔 경우 라지 판매에 오히려 장애로 작용 다양한 심리적 메커니즘 고려해야
‘바로 아래 가격 전략(Just-below Pricing Strategy)’이란 심리적 가격 전략 중 하나로 정상 가격이 4만 원일 때 바로 아래 단위인 3만9900원으로 가격을 표시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하게 느껴진다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단일 서비스를 다양한 옵션으로 나눠 판매하는 경우에도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옵션을 선택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러한 옵션 판매의 대표적 예가 넷플릭스다. 즉 소비자는 월 9500원을 내고 기본 해상도의 베이식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고 1만7000원을 내고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해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들은 다양한 옵션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이 유효할지 확인하기 위해 교내에 커피 판매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기본 제품으로 스몰 사이즈 커피, 그리고 이보다 비싼 라지 사이즈 커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이 적용된 조건 또는 ‘한계점 가격 전략’이 적용된 조건에 노출됐다. ‘한계점 가격 전략’이란 숫자를 반올림해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스몰 사이즈 커피가 ‘바로 아래 가격’ 조건에서는 95센트, ‘한계점 가격 전략’ 조건에서는 1달러였다. 두 조건에서 사이즈 업그레이드 옵션을 선택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은 25센트로 동일하게 적용됐다.
본 연구는 업그레이드된 옵션 선택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소비자는 ‘바로 아래 가격’이 사용될 경우보다 딱 떨어지게 반올림된 가격이나 ‘바로 위 가격’을 사용할 때 두 개의 옵션이 심리적으로 비슷한 가격 범위에 있다고 느끼고 업그레이드 선택을 하는 데 저항감을 덜 느끼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일명 ‘9900원 전략’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낳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아래 가격 전략’에 다양한 선택 옵션이 제공될 경우 때로는 기대 효과와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가격 결정 전략을 수립할 때, 다양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