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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국가자격증 신설해 교육과정 표준화를”

입력 | 2022-11-09 03:00:00

관련단체, 국회서 법안제정 토론회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달 31일 진행된 ‘상담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공동토론회’에는 관련 학회·단체 24곳이 참여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창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가운데)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상담학회·한국상담진흥협회 제공


팬데믹을 겪으며 ‘코로나 블루’ 등으로 몇 년 새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자격 검증이 부실한 민간 자격증이 남발되면서 오랜 시간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한 상담사와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을 국가 자격증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현재 심리상담 관련 국가 자격증은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교사, 직업상담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일부 상담 영역에만 국한돼 있어 민간 자격증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 학술지 ‘교육종합연구’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상담 분야 민간 자격증은 4054개(2018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자격시험에서 이론시험, 면접, 수련기준, 보수교육, 자격유지연수 등 엄격한 자격검정 체계를 갖춘 곳은 10곳에 불과했다.

민간 기관에서 발급하는 일부 자격증은 10분 만에 온라인으로 취득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심리상담센터 개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심지어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도 상담센터를 개업할 수 있다. 올 2월에는 전자발찌를 찬 상담사가 심리상담센터를 개업한 뒤 여성 내담자를 성추행해 실형이 선고되는 일도 있었다.

문제가 잇따르자 21대 국회 들어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의 ‘심리상담사법안’,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의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안’,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심리사법안’,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상담사법안’ 등이다. 모두 심리상담 국가 자격증을 신설해 무자격자의 무분별한 업계 진입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달 31일에는 국회에서 24개 관련 단체가 참여해 상담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공동토론회도 열렸다.

현재까지 심리상담 관련 각종 학회와 단체 등에서 국가 자격증 신설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자격증 발급 조건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는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상담심리학회 측에서는 국가 자격증 응시 조건으로 심리학 전공 또는 심리학과 전공과목 이수 등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상담을 교육하는 심리학과 이외의 교육, 사회복지, 아동, 간호, 종교 관련 학과 등에서는 응시 조건을 특정 전공자로 한정 짓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자격증의 성격도 합의를 이뤄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독점적 면허 성격으로 국가 자격증을 운영하게 된다면 무면허 의료 행위를 처벌하듯 무자격 상담사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상담사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별도의 경과 규정을 둔다는 방침이다. 법안 연구에 참여해 온 윤동욱 법무법인 서희 대표변호사는 “필요한 교육, 훈련 등을 통과한 자격자들에게 공적 관리감독을 통한 독점적 면허 법안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심리상담은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열어두되, 향후 국가자격증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자격증 소지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격증이 신설된다면 이와 연계한 교육 과정의 표준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인규 한국상담진흥협회장(전주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은 “상담 전공 학과는 대학과 대학원 등에 총 539개에 이른다. 교육 과정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졸업자들의 상담 역량이 어느 수준인가 뚜렷하게 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향후 상담 전문가 양성의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는 상담교육인준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