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우회도로 놔두고… 정체길에 멈춰선 용산서장 관용차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후 약 40분이 지난 오후 10시 53분경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관용차가 한국폴리텍대 서울정수캠퍼스 앞 정체된 도로를 지나고 있다(위쪽 사진). 비슷한 시각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최단거리 우회로(주한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앞 도로)는 비교적 통행이 원활했다. 독자 제공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예방과 대응뿐 아니라 구조에도 실패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구조기관 사이의 소통 실패로 응급의료팀 출동이 지연되고 교통과 인파 통제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서울시의 재난문자도 제구실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는 재난이 발생하면 전국 41개 재난거점병원에 상시 대기 중인 재난의료지원팀은 현장 요청에 따라 즉시 출동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압사 사고 현장에 출동한 15개 의료지원팀 가운데 밤 12시 전에 도착한 팀은 2개 팀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개 팀은 다음 날 0시 이후 도착했고, 이 중 9개 팀은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응급의료 대응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현장 상황이 응급의료 상황실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는데도 대응이 늦어진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의료 대응이 지체된 데는 늑장 교통 통제 탓이 크다. 소방당국은 참사 발생 직후 2시간 동안 15차례에 걸쳐 경찰에 교통과 인파 통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즉각 대응하지 않았고, 인파와 교통 혼잡을 뚫느라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평균 1시간 38분이 걸렸다. 서울시도 오후 11시 56분에야 재난문자를 보냈다. 그것도 인파 해산이 급박한 상황에서 ‘차량 우회를 바란다’는 엉뚱한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