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가 100년 만에 가장 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지난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33년 만의 자이언트스텝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내놓은 전망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란은행이 예상한 침체 지속기간은 올해 3분기부터 내후년 중반까지 2년. 선진국들의 과거 평균 침체기간이 1년이 안 된 걸 고려하면 갑절 이상 길고 고통스러운 침체의 시작이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후유증까지 겹쳐 유럽 선진국 중 물가 상승률이 최고 수준이고, 연말에는 11%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에 대응해 영란은행은 작년 말부터 8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침체와 실업 증가를 감수하고라도 물가부터 끌어내리려는 것이다. 이로써 올해 3%대인 영국의 성장률은 내년에 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터진 재작년 영국의 성장률(―9.9%)은 대혹한(Great Frost)이 발생한 1709년 이후 311년 만에 최악이었다. 작년에는 GDP가 7.5% 반등했는데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생산시설이 풀가동된 1941년 이후 최고였다. 올해는 리즈 트러스 전 정부의 설익은 감세정책으로 파운드화 폭락 사태를 겪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롤러코스터 경제다.
▷2차 대전 후 12차례 미국의 경기순환에서 확장기간은 평균 64.2개월, 침체기간은 11.1개월이었다. 침체가 닥치면 정부가 재정을 풀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기 때문에 확장보다 침체가 짧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재작년 2월까지 128개월간 확장하던 미국 경기는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단 두 달 주춤했다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풀자 확장으로 돌아섰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오랜 경기확장이 결국 긴 침체라는 후유증을 불렀다. 최근 들어 세계경제 사이클과 ‘디커플링’이 심해진 중국도 사정이 좋지 않다. 수출 상대국 대부분이 침체에 빠지면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도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몰아치는 긴 빙하기가 다가오고 있다. 혹한을 이겨낼 체력을 갖추지 못하면 선진국 초입에서 다시 중진국으로 떨어질 수 있는 험로에 한국경제가 서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