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문화부 차장
“정부가 백날 현장 간담회만 하면 뭐하나요. 보여주기식 행정만 더 늘어난 것 같아요.”
“공연을 올리려 해도 대학로 인력난이 너무 심한데 정부가 이런 사정을 아나요.”
최근 동아일보에 ‘배우는 OTT로 스태프는 건설-배달…구인난에 불꺼진 대학로’(본보 11월 4일자 A20면) 기사가 실린 뒤 공연계 종사자들의 토로가 쏟아졌다. 연극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배우들은 대학로를 떠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웹콘텐츠 업계로 이동했고 오디오, 조명, 무대 설치를 담당하는 기술 스태프는 건설업과 배달업으로 빠져나갔다. 공연 제작자들이 “공연을 올리려 해도 인력난에 허덕인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다.
앞서 최근 문체부는 일각에서 ‘윗선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보도자료 발표를 이어왔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와 관련한 보도자료다.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의 작품으로 논란이 일자 문체부는 이례적으로 당일 두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달 4일 오전 11시 44분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치를 하겠다”는 자료를 낸 뒤 약 9시간이 지난 그날 오후 9시 8분쯤 다시 “문체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승인사항을 위반했음을 확인했고, 이에 따른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자료를 통해 밝혔다. 하루 두 차례에 걸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 ‘들여다봤더니 문제점이 드러났다’라고 자료를 낸 건 이례적이었다. 야당에선 “문체부가 협박성 자료를 내며 적절치 못한 대응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러니 문화 현장에서 문체부의 행보에 대해 ‘보여주기식 문화행정’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내세울 게 아니라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알리는 게 우선이다. 문체부는 윗선의 심기를 거슬릴 만한 논란에 대해서만 발 빠르게 대처하지 말고 팬데믹 이후 고전하는 기초예술분야의 지원책 마련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문체부는 정부부처이지 ‘보도자료 속보’ 경쟁을 하는 언론사가 아니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