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의 부인 질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앞줄 왼쪽부터)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도의 최대 명절 ‘다왈리’를 축하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모친은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서 태어난 후 미국으로 건너왔다. 사진 출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하정민 국제부 차장
지난달 25일 인도계 겸 힌두교도 리시 수낵이 최초의 비백인계 영국 총리에 공식 취임했다. 같은 날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어머니가 인도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인도 명절 ‘다왈리’를 축하하는 의식을 갖고 “수낵을 환영한다”고 했다.
미 백악관과 행정부 요직에도 인도계가 여럿이다. ‘바이든의 입’으로 꼽히는 비나이 레디 백악관 연설담당 국장, 경제 및 의료 개혁을 주도하는 니라 탠던 백악관 선임 고문, ‘코로나 차르’로 불리는 아시시 자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정관, 공중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비벡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 등이다.
수낵 내각과 영국 집권 보수당에도 인도계 인재가 많다. 수엘라 브래버먼 내무장관, 그의 전임자 프리티 파텔 전 내무장관, 알로크 샤르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 겸 전 에너지산업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8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도 인도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주목받았다. 4일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선거에서 인도계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후보 중 누가 이겨도 0.5%포인트 미만의 격차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등 경합 주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인도계의 표심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바이든 행정부의 인종다양성 성과 등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5명의 인도계 정치인 또한 많은 관심을 모은다. 특히 친한파 의원 모임 ‘코리아스터디그룹(CSGK)’의 공동 의장으로 6선을 노리는 아미 베라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이미 민주당의 핵심 중진으로 꼽힌다. 이 외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미 최초의 인도계 주지사 보비 진덜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공화당의 인도계 잠룡 또한 언제든 당 대선 후보에 도전할 수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인도계의 이런 행보는 악착같은 교육열로 경제적 성공을 거둔 후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정계에도 입김을 행사하는 유대계의 판박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계 미국인 가정의 평균 소득은 11만9858달러(약 1억6780만 원)로 미 인종집단 중 가장 많았다. 각각 백인(6만7937달러)과 흑인(4만1511달러)의 약 2배, 3배에 이른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25세 이상 인도계 미국인의 각각 72%, 40%가 학·석사 이상 학위를 지녔다. 모두 미국인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스타벅스 등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하는 공룡 기업의 수장도 모두 인도계다. 1990년대만 해도 미 대기업에서 인도계 경영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30여 년 만에 실리콘밸리를 접수했고 워싱턴 정계까지 좌지우지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