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에 뭉클해질 때가 있다. ‘1984’와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의 에세이 ‘교수형’이 그러하다. 생명의 의미를 성찰하는 심오한 글이다. 그가 1920년대 중반에 미얀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할 때 실제로 경험했던 일을 기반으로 한다.
그날은 등이 구부정한 어떤 힌두교도의 교수형이 집행되는 날이었다. 착검이 된 총과 곤봉을 든 교도관들이 그를 교수대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흐느적거리며 걷던 죄수가 교도관들이 어깨를 꼭 붙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몸을 틀었다. 길바닥에 고인 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본능적인 행동이지만 오웰의 눈에는 그게 놀라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건강하고 지각이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죄수가 길 위의 작은 웅덩이를 피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교수대로 향하는 순간에도 그의 눈은 자갈과 벽을 인식하고 그의 뇌는 기억하고 예측하고 판단했다. 우리가 그러하듯 그의 소화기관은 음식을 소화하고, 손톱은 길어나고, 세포 조직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십 분의 일 초밖에 살 시간이 없을 때도 그의 손톱은 여전히 자랄 것이었다.” 그는 “우리 중 하나”였다. 그가 죽으면 “하나의 정신이 줄어들고 하나의 세계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죽자 사형을 집행한 사람들은 사이좋게 위스키를 나눠 마셨다. 시신으로부터 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