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 인터뷰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규제혁신추진단과 규제심판부를 통해 경제적 효과가 큰 규제를 풀고 규제의 품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규제 개혁의 핵심은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정치권과 정부가 생산자 입장에서 도입한 플랫폼택시법(일명 ‘타다금지법’)은 심야택시 승차난이라는 국민 불편을 키웠죠. 이런 것이 바로 ‘질 낮은 규제’입니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67)은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규제개혁은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규제 품질을 높이는 것인데 여전히 ‘불량 규제’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 첫 규개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정부에서 3차례 민간위원으로 규개위에 참여했다. 규개위는 1998년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했다. 각종 법안을 심사해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기존 규제를 합리화하고 있다. 한국규제학회장, 한국경제연구원장, 여의도연구원장, 제20대 국회의원 등을 지내며 규제개혁 현장에 몸담아온 그를 만나봤다.
○ “과도한 플랫폼 규제가 신산업 성장 막아선 안 돼”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플랫폼택시법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 6명 중 1명이었다. 그는 “플랫폼택시법 입법 과정에서 정치권과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 생산자인 택시업계 입장만 주로 대변했다”며 “승차난으로 소비자인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비판이 높아지자 이제야 조금씩 바뀌는데, 이런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또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려면 공급 측면의 규제를 풀어 수요에 맞게 공급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특히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이슈가 다시 불거지는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를 규율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심사 지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치권은 이전 정부가 국회에 올렸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대형 사고가 터지면 국민 정서나 정치 논리로 규제가 급조되는 경향이 있다”며 “카카오 먹통 사태는 백업과 방제 시설 문제인 만큼 독과점이 아니라 불공정 행위 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맞는 처방”이라고 했다. 이어 “플랫폼이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는지 단속은 해야 하지만, 기존 공정거래법 법령으로 규제할 수 있는 문제에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면 국내 플랫폼에 규제 쏠림이 커지며 해외 플랫폼에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해 관계자 저항이 심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규제 개혁일수록 현장과 끝장토론 해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에서 처음 꾸려진 ‘규제심판부 1호’ 안건이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해제가 대표적이다. 그는 “각 지역 이해관계자 입장을 청취했는데 오히려 마트 휴업을 풀어 달라는 시장 상인도 있었고 마트가 주차장 시설이나 배달앱을 시장과 공유하면 대형마트가 영업해도 괜찮다는 상인도 있었다”고 했다.
○ “규제 합리화로 경제 위기 돌파구 삼아야”
김 위원장은 “현재 한국 경제가 마주한 고환율이나 고유가, 원자재값 급등 등 복합위기 의 충격을 상쇄하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금리·재정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규제 혁신으로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핀테크,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아직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아 산업이 발생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에 양질의 규제 시스템을 빨리 만드는 것도 규제 개혁”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불량 규제를 양산하는 입법 시스템과 공무원들의 소극 행정도 혁신 대상으로 꼽았다. 플랫폼택시법을 비롯해 많은 규제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상정되는 점을 우려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