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참사직후 119무전 기록엔 “대원들 빨리” “CPR 하도 많아”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서울시가 “사람들이 죽고 있다. 인파 해산을 위해 재난문자를 발송해 달라’는 시민 민원을 접수하고도 “차량 우회를 바란다”는 교통 안내 문자만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11시 43분 한 시민이 120다산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람이 계속 몰려서 그 골목(참사 현장)으로 계속 들어간다. 피 토하고 엄청 죽고 있다. 사람들을 해산시키려면 (서울시가) 재난문자를 보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요청했다.
이에 상담원은 “압사 사고가 있었다고 전달받았다”며 “서울시에서 지금 알고 있는 부분이라 재난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소방당국은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 26분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에 유선으로 통보했고, 해외 출장 중이던 오세훈 시장도 오후 11시 20분에 참사 사실을 보고받았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이 서울종합방재센터로부터 제출받은 무전 기록 자료에 따르면 소방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 20분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환자 이송 및 현장 통제를 위해 경찰의 출동과 도움을 요청하거나 독촉했다. 구조대원들은 “15명 정도 CPR(심폐소생술)를 실시 중인데 인원이 모자란다. (구조)대원들 빨리…”(오후 10시 42분), “훨씬 많은 대원이 필요하다”(오후 10시 50분), “지금 CPR 환자가 하도 많아, 몇 명인지 셀 수도 (없다)”(오후 11시 5분)라며 구조대 추가 출동 및 경찰 지원을 되풀이해 요청했다.
또 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이날 국회에서 공개한 응급의료진 등의 단체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참사 직후 현장에 도착한 각 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을 경찰이 제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대화방에서 “의료진 조끼를 입은 지원센터 인력을 경찰이 자꾸 통제해 현장 진입이 안 된다고 한다”며 “이런 식이면 DMAT 출동 못 시킨다”고 항의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